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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Jul 04. 2024

에든버러 : 로열마일을 걷다

여행은 하릴없이 걷는 것

전날 숙소 주인장에게 아침 6시에 출발할 거라고 말했더니 자신이 그 시간에 간단한 아침을 준비해 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워서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게다가 공항까지 걸어가기 힘드니 택시도 불러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감동했다.


그러나...


6시가 넘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전화도 안 받고 에어비앤비 메시지도 읽지 않아 건물 내에서 주인장을 찾아다녔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포기하고 출발했다.


도로 옆 풀밭을 걸어서 공항으로 갔다. 인도가 풀밭이라 캐리어는 도로에 내려 끌면서 가는데 차들이 알아서 살짝살짝 피해 갔다.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새벽 시간이라 차가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헛공약을 날린 주인장을 원망하다가 젊었던 그녀가 전날 펍에서 술을 마셨거나 아직 어리니까 늦잠을 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 누구의 요구도 없었지만 그냥 우리 스스로 그녀를 이해했다.

 

콘월 뉴퀘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런던 히드로 공항을 경유해 에든버러로 갔다. 

아침 7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오후 1시 정도에 에든버러(Edinburgh)에 도착했으니 5시간 30분이 걸렸다. 직항으로 가면 2시간 정도인데 직항이 있는 요일은 일주일에 두 번, 우리가 가는 날은 직항이 없었다.



뉴퀘이 공항은 작은 공항이라 체크인하는데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기실 바로 밖이 비행기가 착륙하는 곳이다. 짐 부치는 값을 따로 받는 것이 특이했다. 


에든버러 공항에 도착해서 버스(100번)를 타고 웨이벌리 브리지 역에서 내렸다. 숙소위치는 로열 마일이었는데 구글 지도로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간판이나 표지판이 거의 없어서 더 헤맸다.


사람들은 친절했다. 우리가 물어보면 혼자서 지키던 가게를 비워놓고 나와 위치를 알려주고 심지어 우리를 데리고 가주기도 했다.


결국 숙소는 중세시대 건물 같은 곳 5층이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끙끙대며 올라가니 웬걸... 방 호수가 없었다. 


우리는 짐작으로 5층에 있는 집 몇 군데를 두들겨보았다. 한 곳에서 주인이 나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미리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도 깨끗하고 설명도 자세히 해줘서 그나마 고생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고마운데 도시 시스템이 건물처럼 중세시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여행지 곳곳에서 짧은 영어로 길을 물으면서 느낀 건데 영국인들은 참 친절했다. 그 친절은 과장되거나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동양인에 대한 별다른 시선도 없다. 이런 점이 좋았고 여행을 편안하게 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로열마일을 걸었다.



로열 마일


로열마일은 에든버러 성부터 홀리루드 하우스 궁전에 이르는 거리이다.

예전에는 귀족과 왕족만 다닐 수 있는 길이었고 서민들은 로열 마일 옆 골목길로 다녔다고 한다. 


로열 마일은 구시가지의 중심이다. 오래된 건물들이 길 양쪽을 가득 채운 거리로 많은 사람과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흐린 하늘과 중후한 건물이 잘 어우러져 영국다운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동상


갈매기 똥을 뒤집어쓴 애덤 스미스 동상 위에 갈매기 한 마리 유유히 먼 곳을 보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윤리 철학자이다. 


 "국부론"에서 국가가 경제활동에 관여하지 않는 자유경쟁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사회질서가 유지되고 발전된다고 했다.


자본주의 체계는 가격의 기능을 통해 질서를 형성하며, 자유경쟁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국부를 증진시키는 바른 길이리고 주장했다. 이후 각 파의 경제 학설이 이에 대한 비판이나 정밀화를 통해 탄생했고 국부론은 고전적이며 원형적인 사고를 보충해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애덤 스미스 동상 뒤로 보이는 것이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이다.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


독특한 왕관 모양의 세인트 자일스 대성당은 자유와 저항,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상징으로 칼뱅파의 존 녹스가 종교개혁을 외친 곳이다.


가장 오래된 구조물은 1124년에 건축하였고 대부분의 예배당 건물들은 14세기와 15세기에 세웠다. 본래 이름은 에든버러 하이 커크 자유 교회 공동체(The High Kirk of Edinburgh)이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더불어 이 성당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는 부패한 가톨릭 교회와 바티칸에 저항하던 시대에 스코틀랜드에서 패륜의 메리 여왕을 폐위시키고 부패를 청산한 개혁과 혁명의 발상지라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있었던 성직자 존 녹스(John Knox, 1513 – 1572 )는 1560년부터 1572년까지 이 성당에서 저항과 자유를 향한 설교를 했다. 대성당 앞 광장에는 에든버러 출신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년~1894년)의 기념비가 있다.




여행은 하릴 없이 걷는 것이다. 


그 옛날 귀족이 걸었든 왕족이 걸었든 길은 길일 뿐이다. 골목길로 다녀야 했던 서민들의 한을 현대의 서민인 우리가 풀어 주듯이 거리 곳곳의 건물과 상점,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며 로열마일을 마음껏 누볐다.




다음주 목요일(7.11.) '에딘버러 : 에딘버러성'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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