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민과 함께 한 올레 7코스

작은 즐거움이 많은 길, 혼자 걸어도 좋은 길

by 정안

'제주에서 일주일 살기'프로그램 둘째 날은 올레 7코스를 걷는 것이다.


올레 7코스는 제주 올레 여행자센터에서 시작해서 서귀포 버스터미널까지 걷는다. 도심과 숲, 바다가 어우러진 13킬로미터의 길이다. 오늘 우리를 안내해 주실 봉사자 두 분은 입도민이었다. 제주 외의 지역에서 살다가 제주가 좋아 제주로 아예 이사를 오신 분들을 이렇게 불렀다. 한분은 입도한 지 이십 년이 다돼 가고 한분은 3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올레길을 걷다가 너무 좋아서 가족들과 다 같이 제주로 이사를 오셨다고 했다.


출발해서 칠십리 시공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 같이 걷기 전 체조를 했다. 올레길을 걸을 때 걷기 전 체조와 걷고 난 후 체조가 중요하다고 꼭 하라고 했다. 몸에게 미리 알려주어야 몸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 때는 가고 싶지 않아도 다녀오라고 했다. 개인별로 맞추어줄 수 없으니 몸을 공동의 일정에 맞추라는 이야기였다.


칠십리 시공원은 제주에 관한 시를 둘에 새겨 전시해 둔 넓은 공원이다. 공원 안에 매화공원이 일부 만들어져 있었는데 매화는 벌써 지고 없었다. 공원 안에서 천지연 폭포의 전체 모습이 보였다. 날씨가 맑아서 한라산의 모습과 천지연 폭포가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삼매봉을 지나 황우지 선녀탕이 나왔다. 그곳은 출입이 통제되어 있어서 내려가 볼 수 없었다. 위에서 보니 귤색 테왁이 여러 개 보였다. 해녀분들이 물질을 하고 계셨다. 해녀분들 중에 물질을 하다 돌아가시는 분이 일 년에 5~6명 된다고 했다. 망망한 바다에 떠 있는 테왁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했지만 먹먹하기도 했다.


황우지 선녀탕 바로 옆 폭풍의 언덕으로 갔다. 그곳에서 바라보니 섶섬, 문섬, 범섬이 한 번에 보였다. 섶섬은 숲섬이라는 뜻으로 숲이 우거진 무인도 섬이다. 문섬은 두 개로 갈라진 모양이 한자의 글월 문자를 닮았다고 해서, 범섬은 호랑이가 웅크린 모습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문섬과 범섬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세계 희귀종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바다는 바람도 없이 잔잔했다. 그림처럼 고요한 바다의 모습이었다.


폭퐁의 언덕에서 조금 걸어가자 외돌개 바위가 나왔다. 외돌개는 '바다에 홀로 서 있는 돌기둥'이라는 의미이다. 용암 바위가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남은 높이 이십 미터의 돌기둥이다. 이 지역은 십이만 년 전에 일어난 화산 폭발로 형성된 바위섬으로 해안 침식 절벽과 동굴이 분포하고 있다.


외돌개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고려말 원나라 세력을 물리칠 때 남은 세력이 범선으로 도망을 쳤다. 이때 최영 장군이 외돌개를 장군 모습으로 꾸며 이들을 물리쳤다고 하여 장군 바위라고 부르기도 하고, 바다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 돌로 굳어 외돌개가 되었다고도 한다. 외돌개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망망한 바다에 홀로 높이 솟은 돌기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얼마쯤 걸어가자 수봉로가 나왔다. 이곳은 제주올레가 길을 개척하던 시기에 이곳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덤불숲과 염소 길이었다. 그때 올레 자원봉사자였던 김수봉 씨가 삽과 곡괭이를 들고 직접 길을 내기 시작했다. 바위는 손으로 옮기고, 가파른 곳에는 계단을 만들며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그의 이름을 따서 이 숲길을 수봉로라고 부르게 되었다. 제주 올레길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법환포구에서 점심을 먹었다. 갈치조림집이었는데 여성분 혼자서 하시는 집인데 올레꾼들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이라고 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설펐는데 음식솜씨도 좋고 남편이 직접 잡아온 갈치로 조리를 해서 금방 소문이 났다. 혼자서 하시기 때문에 음식 나르는 것은 먹는 사람이 해야 했다. 그래도 모두 불만 없이 이 집을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음식은 푸짐하고 맛있었다. 갈치조림은 물론이고 밑반찬이 정말 맛있었다.


음식점 바로 옆에 '제스토리'라는 기념품 가게가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관광기념품 관련 부서에 근무할 때 벤치마킹을 왔던 곳이다. 지역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솜씨 좋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좋은 모델인 곳이다. 기념품도 수준이 높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것이 많다.


올레 스탬프 중간 지점인 두머니물 공원에 도착했다. 유채꽃이 공원 가득 피어 있었다. 어제까지도 덜 피었던 유채가 날씨가 따뜻해진 오늘부터 환하게 피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유채꽃을 보자 사진 삼매경에 빠져 들었다. 유채가 바다와 어우러져 피어 있는 풍경은 봄에 꾸는 꿈같았다.


다시 걸어서 서귀포 버스 터미널에서 종점 스탬프를 찍고 일정을 마쳤다. 입도민 봉사자 두 분의 정성스럽고 자세한 안내와 설명으로 볼거리, 이야기가 많은 올레 7코스였다. 봉사자분은 우리가 초등학생도 아닌데 우리를 출발지점인 올레 여행자 센터까지 데려다주고 가셨다. 자신의 집은 한 시간이 넘게 가야 하는데도. 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분의 뒷모습이 아름다웠다.


올레 7코스는 작은 즐거움이 많은 길이었다. 게다가 외진 곳도 없어 혼자 걷기에 더없이 좋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