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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의 나무 Oct 13. 2023

중요한 의사결정의 연속

외과 의사와의 만남, 수술 일정 협의

엄마를 처음 진료한 과는 췌장/담도암센터 소화기 내과였다. 그곳에서 1차 진료를 하고, 췌장암 진단하에 수술을 위해서 췌장/담도암센터 외과로 의뢰되었다. 외과 의사는 꽤 젊은 분이었는데, 안정감이 느껴졌다. 진료과의 특성상 중요하고 위험한 수술을 많이 할 것 같은데도 서두르거나 조급해 보이지 않고 차분하고 편안했다. 천만다행으로 외과에서도 어렵겠지만 수술이 가능할 것 같다는 소견을 주셨다. 


이후 이어지는 과정은 온통 중요한 결정의 연속이었다. 평소에 엄마는 어떤 주제든 의사가 분명하고 결정에 주저함이 없으셨다. 하지만 갑자기 환자가 된 이후부터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신 것 같았다. 아무리 자신 만만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불운한 상황에 처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눈앞에서 확인했다. 엄마가 무슨 일이든 자신감 있게 선택했던 사람이라면, 나는 대부분의 결정을 최대한 미루는 편이었다. 신중하다고 봐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우유부단에 가까운 편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진단 이후부터 다른 사람이 되었듯 나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다. 한 번도 겪지 않은 일,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결정을 미룰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먼저 결정할 것은 수술 방법이었다. 로봇이나 개복으로 가능한데 어떤 방법으로 할지 정해야 했다. 예상하는 수술 결과는 같지만 비용과 일정의 차이가 컸다. 로봇 수술은 비급여이고, 개복 수술은 보험이 적용되어 비용이 1/4이었다. 결정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수술 일정이었다. 수술이 가능하다고 한 이상 암덩어리를 하루라도 더 몸에 두고 있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가장 빨리 수술할 수 있는 일정으로 정하겠다고 했다. 의사는 로봇 수술 방법으로 할 경우 8월 중순 이전에 가능하고, 개복 수술은 그로부터 최소 2주 이상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바로 로봇 수술 방법으로 정하였다. 8월 중순이라고 해도 아직 한 달이나 넘게 기다려야 하니 개복 수술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수술은 췌장암 수술 중에서도 휘플 씨 수술이라고 불리는 것을 시행하기로 했다. 췌장암 수술 중에서 가장 흔하게 시행하는 방법이면서 무척 까다롭고 어려운 수술이라고 했다. 의사는 내장 기관이 그려진 인쇄물 위에 시행하려는 수술이 어떤 것인지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해 주었다. 췌장의 위치는 위장의 뒤에 있는데, 배보다는 등 쪽이 더 가까웠다. 위장 뒤쪽에서 십이지장에 바로 붙어 있으며 주변에는 담낭과 담관이 지날 뿐만 아니라 대동맥 등 주요 장기와 혈관이 매우 복잡하게 둘러싼 곳이었다. 병이 걸리기 전에는 친숙한 장기가 아니지만 하는 일이 많았다. 요즘에는 췌장이라는 이름이 훨씬 친숙하지만, 예전 생물 시간에 이자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다. 하는 역할은 외분비뿐만 아니라 내분비 기능까지 담당해서 멀티 플레이어다. 외분비 기능으로는 소화 효소가 포함된 소화액을 만들어 췌장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배출한다. 췌장 효소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다고 한다. 내분비 기능으로는 랑게르한스 섬이 있어 인슐린과 글루카곤을 분비하여 혈당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췌장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되었다.   



빠르게 수술 일정을 정하고 나니 다음으로 의사는 방사선 치료를 권하였다. 현재 엄마의 상태는 수술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종양의 크기가 커서 수술 전에 최대한 크기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보통 방사선 치료는 수술이 어려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외과적 수술 외에 치료적 목적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수술 전에 크기를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8월 중순이라 수술 일정이 빠른 것만도 아니고,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크기를 줄여서 수술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또다시 방사선종양학과로 협진이 의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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