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방사선 치료
외과에서 방사선 종양학과로 의뢰된 바로 그날 오후, 담당의사와 만나자마자 방사선 치료 계획이 정해졌다. 수술 전 일주일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연속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 일정이었다. 종양의 위치와 사이즈, 수술 일정을 고려하여 매일 한 시간 반에 걸쳐 방사선 치료를 받기로 했다.
방사선 치료는 환자마다 치료 시간이나 일정에 차이가 컸다. 암병변 부위나 사이즈에 따라 짧은 시간 노출하는 대신 한 달 여에 걸쳐 장기간 치료를 받는 환자도 있지만, 엄마는 5일 내내 90여 분 동안 치료를 받기로 하여 웬만한 체력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든 과정이었다. 90여분이라는 시간은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치료실로 들어가서 나오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한 것인데, 간단히 치료 전후 준비하는 시간을 고려한다고 해도 꼬박 60분 이상의 고강도 일정인지라 끝나고 나오면 매번 녹초가 되셨다.
평소 웬만하면 몸이 힘들다, 아프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엄마인데, 두 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시고는 수술 전에 꼭 이 치료를 받아야 하냐며 그냥 중단하면 안 되냐고 하셨다. 오죽 힘들면 그런 말씀을 하실까 싶으니 애처롭기도 하고 이러다 정말 수술받을 만한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 건 아닐까도 걱정되었다.
5회의 방사선 치료 일정 중 3일을 마치고 방사선종양학과 의사와 중간 면담을 했다. 엄마는 너무나 고통스럽다며 그때까지 본 적 없는 모습으로 남은 치료를 안 받으면 안 되겠냐고 거의 애원을 하셨다. 의사는 고통스러움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이미 치료의 절반은 지났으니 힘드셔도 이틀만 더 해보자고 했다. 지금까지 잘 견디신 것을 격려하는 말도 덧붙이면서... (이때 만난 의사 선생님은 엄마의 치료과정 내내 가장 친절하고 환자 입장을 잘 헤아려 주는 분이셨다. 언젠가 이 분에 관한 내용을 따로 써보고 싶다.)
엄마의 병변 부위가 췌장인지라 수술은 물론이거니와 방사선 치료도 몹시 어려운 과정이었다. 보통 체표면과 가까운 부위에 발생한 병변은 방사선을 조사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 같은데, 췌장은 위장 뒤쪽에 위치해 있어서 조차 자체가 쉽지 않은 듯했다. 엄마의 말을 통해 추측해 보건대, 잠시 숨을 참으라고 하는 동안 아마도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다른 장기에 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밖으로 잘 보이지 않은 병변부위에 초점을 맞추어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숙련된 치료사가 아니면 힘들 것 같았다.
더구나 이때가 코로나가 한참 심했던 시기여서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였다. 방사선 조사로 병변 부위를 파괴하면 분명히 내부 장기가 타는 냄새가 온몸으로 퍼질 것이다. 마스크 속으로 올라오는 역한 냄새를 도대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 때문인지 방사선 치료 동안에는 항구토제를 처방받는다. 패치 형태도 있고, 알약으로 된 약도 있는데 엄마에게는 백약이 무효했다. 방사선 치료 동안은 구토처리를 위한 비닐봉지 준비는 필수였다. 그것도 넉넉하게...
치료 후 녹초가 된 몸을 빨리 집으로 모시고 싶었다. 하지만 택시로 이동하는 중에도 여러 번 위기가 왔다. 항구토제를 복용하고 바람을 쐬어도 소용없었다. 다중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인지라 차량 내부에 스며있는 복잡한 냄새와 급정거와 출발, 잦은 차선 변경으로 인한 불편함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여를 이동하는 중에 정말 자기 가족처럼 공감하고 배려해 주는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사분들은 은밀하게 때론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했다. 언제 구토를 할지 모르는 승객이 기사 입장에서도 반가울리는 없었다. 하지만 탑승 전에 승객이 택시 기사를 고를 수 없듯이, 택시 기사도 승객을 고를 수는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 생각하며 애써 외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 요금이 올라가는 미터기보다 도착시간이 늘어나는 내비게이션을 더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며 기사분의 분위기까지 번갈아 곁눈질해야 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