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전화를 받고 나는 잔뜩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드디어 어린 두꺼비들의 대이주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모든 일정을 미루고 다음날 대구에 있는 불광사로 향했다. 이곳은 매년 어린 두꺼비들이 물에서 나와 인근 야산으로 이주를 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는데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있고, 간간이 비도 내렸다. 작고 피부가 약한 어린 두꺼비들이 먼 길을 가려면 이런 비가 필요하다.
'두꺼비'하면 <은혜 갚은 두꺼비>라는 전래동화가 떠오른다. 두꺼비는 마음씨 고운 처녀의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다가 마을의 무시무시한 괴물인 지네와 맞서 싸워 물리치지만 지네의 독으로 두꺼비도 죽게 된다. 두꺼비는 제물이 될 뻔한 처녀를 구해 은혜를 갚고, 마을에 평안을 가져온다. 재미있는 점은 현실에서도 두꺼비와 지네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이다. 나는 이 전래동화의 내용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어린 두꺼비들의 이주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이 끝나고 초봄이 오면 번식을 하는 양서류는 경칩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도롱뇽, 두꺼비 등이다. 양서류의 알은 크고, 영양분이 많고, 게다가 움직일 수도 없다. 그래서 양서류 알을 노리는 포식자가 많이 있다. 이들 중 가장 무서운 포식자는 어류이다. 반드시 물에서 발육해야 하는 양서류의 알은 물고기의 쉬운 먹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양서류는 어류 포식자가 없는 옹달샘, 논습지, 흐르는 계곡물에 알을 낳는다.
그런데 두꺼비는 예외이다. 두꺼비는 대담하게도 물고기가 득실거리는 연못이나 저수지에 산란한다. 대구 불광사도 바로 앞에 망월지라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잉어, 불루길 등 물고기가 많이 있다. 도대체 무서운 어류 포식자를 무시하면서 산란을 할 수 있는 두꺼비의 용감성은 어떻게 가능할까?
두꺼비의 용감성에 대한 힌트는 얼마 전 대전에서 일어난 사망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황소개구리 매운탕을 먹은 일행 3명 중 한 명이 구토 증세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알고 보니 이들이 먹은 개구리 중에 두꺼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꺼비는 눈 뒤에 있은 독샘에서 부포테닌이라는 독소를 분비할 수 있다. 사람들이 괴롭히거나 포식자에게 위협을 당할 경우 두꺼비는 독샘에서 하얀 독을 분비한다. 두꺼비의 독은 성체에서 뿐만 아니라 알이나 올챙이에서도 존재한다. 실제 독이 있는 두꺼비의 알을 먹고 물고기가 죽기도 한다.
다른 개구리의 올챙이와 달리 독으로 무장한 두꺼비 올챙이는 색다른 고민이 있다. 물고기가 두꺼비 올챙이를 몰라보고 실수로 잡아먹는 것이다. 물고기는 자신의 실수로 기분 나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올챙이 입장에서 보면 물고기의 사소한 실수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두꺼비 올챙이는 물고기에게 '나는 두꺼비 올챙이다! 혼동하지 마!'라고 분명하게 광고해야 한다.
모든 광고가 그렇듯이 화려한 무늬나 색이 정보전달에 효과적이다. 두꺼비 올챙이의 체색은 유난이도 검다. 검은색은 보통 화려한 색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물속에서 물의 위쪽을 보면 태양 빛 때문에 하얗게 보인다. 그래서 물고기의 배 쪽은 은폐를 위해 하얀색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물고기가 올챙이를 위협하려면 물 밑에서 위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때 밑에서 위를 보면 까만 두꺼비 올챙이의 색이 하얀 바탕과 분명하게 대조된다. 흰색과 검은색의 극단적인 대조를 이용하여 두꺼비 올챙이들은 물고기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경고한다.
두꺼비 올챙이들은 잠정적인 어류 포식자에 대해 방어책이 한 가지 더 있다. 고속도로에서 교통신호가 크면 클수록 눈에 쉽게 띈다. 마찬가지로 두꺼비 올챙이들도 신호를 크게 만들어 경계를 보낸다. 두꺼비 올챙이들이 신호를 크게 만드는 방법은 무리 생활이다. 두꺼비 올챙이들은 물가에 있을 때도 서로 뭉쳐있다. 물에서 이동하는 두꺼비 올챙이 무리를 보면 먹구름을 연상하기도 한다. 어린 두꺼비들이 무리를 지어 산으로 이동하는 행동도 독을 이용한 방어와 관련이 있다.
보통 개구리는 축축한 피부를 유지하고 습지 근처에서 살아간다. 이에 비해 두꺼비의 피부는 건조하고 두툼하다. 그래서 두꺼비는 상대적으로 건조한 인가 근처에서 활동할 수 있다. 두꺼비는 인가 근처에서 지네, 그리마, 집게벌레처럼 독이 있는 독충을 잡아먹는다. 독충의 독을 이용하여 두꺼비도 독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커다란 지네가 어린 두꺼비를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므로 어른 두꺼비는 지네를 보면 한층 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다.
어두운 부엌 구석이나 장독대 밑에는 어김없이 독을 품은 독충들이 숨어 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아녀자들이 쉽게 피해를 입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독의 치사량은 피해자의 몸무게와 관련 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독에 더 잘 버틸 수 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소녀들이 독충에게 쉽게 피해를 입었을 거다. 못생겼지만 우직한 두꺼비는 이런 괴물 같은 독충을 잡아먹었다. 우리 조상님들은 분명 이런 두꺼비에게 고마워했고, 영물이라고 치켜세우지 않았을까.
이 글은 2017년 5월 29일 경향신문의 [장이권의 자연생태탐사기]에 발표되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5292120015&code=99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