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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Nov 08. 2015

장거리 이주에 적합한 빨간 생선 연어

지난 10월 24일 양양의 남대천으로 짝짓기 하고 산란하는 연어를 보러 갔다.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은 새벽부터 길을 나섰지만 가슴은 들떠 있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여울목을 만나면 점프하는 연어를 사진으로 담아 보겠다고 기대를 잔뜩 하였다. 물론 나는 연어를 직접 부딪쳐 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물고기를 쫓아다닌 친구가 동행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점심으로 맛있는 메밀칼국수를 먹고 이른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강으로 뛰어들었다. 가슴장화가 없어서 옷을 입고 그대로 강에 들어갔지만 수온이 괜찮아 견딜 만 했다.

     

남대천으로 뛰어 들자마자 연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살아 움직이는 연어는 아니고 죽어서 부패가 시작된 연어, 아직 멀쩡해 보이지만 이미 죽은 연어들뿐이었다. 연어가 양양으로 회귀하여 번식하는 시기는 10월 초부터 11월 말이다. 우리가 양양을 방문한 시기에는 이미 번식을 마치고 죽은 연어가  여기저기 있었다. 죽은 연어라도 보아서 좋았지만 내가 찾고 있는 연어는 살아 움직이는 싱싱한 연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연어다!’라고 소리를 쳤다. 나도 고개를 돌려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만 흐르는 강물 밑에 누군가가 노닐 듯이 수면에 궤적이 보일 뿐이었다. 다시 그 친구는 열심히 중계를 하기 시작하였다. 두 마리가 같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암컷과 수컷이 산란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나도 열심히 들여다보았지만 햇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바닥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들쭉날쭉 보이는 사이로 잠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운에 맡기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지만 큰 기대는 안 했다. 우리가 조금 다가가자 연어들은 무서운 속도로 도망갔다. 연어를 보고 사진기를 들었을 때는 연어는 이미 눈앞에서 사라진 후였다. 이런 일은 오후 내내 반복되었다. 연어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지 처음 알았다. 얕은 강물이라서 우리가 연어를 잡을 수도 있겠다고 한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기와 우리가 사용하는 접근 방법으로는 내가 기대했던 멋진 연어 사진을 찍는 일은 불가능했다. 

     

근육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근육은 팔다리를 움직이고, 날개를 치고, 유영을 할 수 있게 하는 근육근(skeletal muscle)이다. 근육근은 색에 따라 하얀 근육과 빨간 근육으로 나눌 수 있다. 하얀 근육은 순간적으로 힘찬 이동을 하기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닭에 몰래 접근하다 들키면 닭은 날개를 치며 도망가거나, 메기가 숨어 있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움직여 먹이를 삼킨다. 이런 행동은 하얀 근육이 사용된다. 이에 비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운동을 할 때에는 빨간 근육이 사용된다. 예를 들면 연어가 이주를 하기 위해 유영을 한다던가, 닭이 먹이를 찾기 위해 계속 걸어 다닐 때이다. 빨간 근육이 빨간 색인 이유는 혈액 속에서 산소를 수송하는 미오글로빈, 혈액이 지나가는 통로인 모세혈관, 근육운동에 필요한 글리코겐과 지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은 근육이 수축 및 이완하는데 필요한 연료와 산소를 장기적으로 제공한다. 이에 비해 하얀 근육은 이런 요소들이 부족하므로 하얀색을 띤다. 하얀 근육은 장기적으로 연료와 산소를 공급할 수 없으므로 몇 번 운동하기 나면  피로해진다. 그리고 다시 연료와 산소가 충전될 때 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그동안 하얀 근육을 사용하기 어렵다. 


동물들은 생활방식에 따라 빨간 근육과 하얀 근육의 비율이 결정된다. 닭이 날개를 치며 도망가는 행동은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순간적으로 강하게 근육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닭은 날개 근육은 주로 하얀색이다. 이에 비해 닭은 다리 근육은 빨간 색인데 지속적으로 이동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연어는 먼 바다에서 태어난 강의 지류로 이주하여 산란한다. 이 때 사용되는 근육은 빨간 근육이다. 오랜 기간 동안 유영을 하기 위해 빨간 근육으로 가득 차 있다. 또 하얀 지방도 듬쁙 있어 장거리 이주에 필요한 연료를 제공한다. 연어 초밥이 다른 어떤 생선 초밥보다도 맛있게 하는 비결이다. 동시에 내가 살아 움직이는 연어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도 연어가 빠르게 유영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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