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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 Apr 14. 2022

[월간 아순시온] 10월호 : 앓이

객지생활 3개월, 몸이 반응하는 타이밍


지방출장


이틀을 연달아 지방출장을 다녀오게 되었다. 하나는 농업 분야 국별협력사업 관련 행사였고, 하나는 봉사단 파견기관 방문일정이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농민 분들의 미소와 그들이 피땀으로 일구어낸 산물들을 보았고, 다음날엔 몇 년 전 파견되었던 단원 선생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구석이 없는 초등학교에도 갔다.


> 농민조합 방문


> 봉사단 파견기관 방문



귓병


보람차지만 피곤한 며칠과, 타지생활 3개월차에 접어드는 시점이 겹치니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풍토병이나 지병, 한창 기승이던 코로나19 등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쌓인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피로를 만나 겉으로 표출된 것 같다.


그 반응은 다름아닌 귀에 나타났다.

한국에선 비염으로 코가 늘 고생하던 내가, 파라과이에 온 뒤로는 깨끗이 나은 듯 괜찮더니 귓병이 걸려버리네.


사실 처음에는 귀가 아니라 턱부터 너무 아팠던 터라, 이게 턱 때문에 귀가 아픈 건지, 귀 때문에 턱이 아픈 건지 구분이 잘 안 갔다. 병원에 가서 귀 안을 들여다 보니 온통 빨갛다고 했다. 진찰할 땐 중이염, 처방전엔 외이도염이라고 적혀있길래 뭐지 싶었지만(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음), 어쨌든 약을 처방 받아왔다.


그렇게 다 나은 듯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반대쪽 귀에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참 가지가지 하는구나, 하며 나는 왜이렇게 나약한가 싶기도 했다. 어쩔 수 없다. 병원에 다시 한 번 방문했고, 이번엔 귀에 직접 넣는 액체 약까지 받아왔다. 끈적거리는 약이었고, 누워서 귓구멍에 몇 방울 떨어뜨리면 그 제형 때문에 귀가 막히는 기분까지 들었다.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으려면 참아야지.


마음들


원래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에 걸릴 정도로 그리 튼튼한 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달 잘 버틴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 하자마자 한바탕 앓고 말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정도가 아니겠는가? 한편으론, 마음이나 정신이 아픈 게 아니라 몸이 아파서 쉽게 진단을 내리고 바로 그에 걸맞은 처치를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귀가 너무 아파 새벽에 잠 못 들어 울다가 응급실에 찾아가 진통제를 맞기까지 했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에 대한 액땜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그때 이후로 한국에서 챙겨온 비타민을 더 꼼꼼히 챙겨먹기 시작한 것이 내 딴엔 나름대로 앞으로 안 아프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니, 내 옆엔 무심코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옆에서 행여 또 귀가 아파서 그러는 걸까봐 물어보시는 상사 분들이 계신다. 아픈 걸로 신경쓰게 하고 싶진 않았지만, 새벽에 함께 병원에 동행해주시고 여전히 관심 어린 질문을 던져주시는 그 마음에 힘입어 지금을 살아가는 중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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