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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극P러 Sep 20. 2024

내가 그 사람을 잊을 수 있었던 방법

'거기 도달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야'의 오류

  추석 연휴 때 본가에 있으면서, 생각이 많이 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가 벌써 거의 2년 전이다.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준 그 사람. 나와 정반대의 MBTI를 가졌던 그 사람. 나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 걱정하면서도 그 다름에 느껴지는 끌림이 굉장히 강했었다. 그러나 소설《오만과 편견》에서 그러했듯이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인해 우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의 주저함과 표현의 미숙함, 타이밍의 어긋남 때문에 어그러져 버렸다고 생각해 괴로웠다. 또 느꼈던 감정이 굉장히 강렬했기에 쉽게 잊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내 인생의 힘든 시기와도 겹쳐 그 열망은 집착이 되었다. 그 사람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까지 생각되었다. 이미 내 의지를 벗어난 뒤였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처럼, '가지지 못할 거면 그냥 죽고 싶다'라는 감정까지 느꼈다. 그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이 내 삶의 목표가 되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 자체가 너무 소중하게 여겨져서, 마치 불씨를 지키듯이 1년 동안 그 감정을 지켜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나 혼자서 그랬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열정은 스스로를 무척이나 병들게 했다. 이 병을 그래도 그나마 고칠 수 있었던 방법은, 그 사람에게 용기 내 연락한 것이었다. 내가 바라던 결과는 얻을 수 없었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한층 더 성숙해졌고 나를 그렇게 만들어준 좋은 사람, 그 사람에게 지금까지도 고마움을 느낀다.


  직접 행동을 취한 것(그 사람에게 연락한 것)과 더불어 내 집착을 치유해 준 방법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인생을 결과가 아닌 '과정' 그 자체로 인식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면서, 맹목적 결과추구의 오류에 빠진다. 나는 이것을 ''거기 도달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야'의 오류'라고 이름 지어봤다.


  원하는 목표를 쟁취했을 때의 기쁨은 굉장히 크다. 나 역시도 어려움 끝에 약대에 입학했을 때, 그리고 약사고시에 합격했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인생 전체로 볼 때 굉장히 찰나이다. 아무리 큰 목표를 성취했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성취 후의 짧은 행복 뒤에는 오히려 공허함이 찾아온다. 결과에만 집착하면서 나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맹목적 결과추구'를 할수록 그러한 공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보상심리가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뇌 속 도파민 시스템의 한계로 인해 어떠한 성취감이든 유효기간이 있다. 따라서 금방 '가져야만 하는, 그래야만 행복해질 것 같은' 다음 목표가 생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서, 결과를 얻어낸 순간보다는 나아가는 과정이 훨씬 더 길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과정 그 자체가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원하는 바, 추구하는 바뿐만 아니라 그를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도 살뜰히 살펴야 한다.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생각 없이 ''그것만 이루면', '그것만 가지면', '거기 도달하기만 하면' 행복해질 거야'라는 생각은 환상이다. 나 역시 '그 사람만 함께하면 행복해질 거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야'라는 환상을 무의식적으로 가졌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이 생각은 내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것과도 같았다. '그 사람이 없으면 난 행복할 수 없어'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아가 스스로를 행복하게, 웃게 만들어줄 수 있을 때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또한 깨달았다.


  유튜브 채널 〈러브 포레스트〉의 「원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법」이라는 영상에서는, 내가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을 때 집착 없는 가벼운 상태가 그 소원을 이룬 나의 상태와 가장 근접한 잠재의식 상태라고 말한다. '이루어지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마음의 상태가 내가 그 소원을 이룬 상태와 가장 근접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오히려 집착을 내려놓는 상태가 내가 원하는 바에 가까워질 있는 방법 하나가 수도 있다. 집착은 힘들다. 목표와도 오히려 멀어지게 만들 때도 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아닌, 결과를 추구하는 자신과 자신의 감정, 그리고 과정을 살피는 삶.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의 솔루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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