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의 단골이어서 저도 좋아요
MBTI 유행 때문인지 요새만큼 인터넷상에 외향인과 내향인을 구분하여 외향인은 이렇고 내향인은 저렇다는 말이 많이 돌아다닌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내향인은 자주 가는 가게의 직원이 날 알아보면 그다음부터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많이 봤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 어떤 검사를 해봐도 절대 외향인이라고는 나오지 않는 내가 저런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인스타그램에 내가 갔던 카페나 식당, 혹은 공연의 리뷰를 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중심 플랫폼이지만 사진 찍는 재주는 없는 대신 글을 길게 쓰기는 어렵지 않아서 내가 가끔 올리는 인스타 포스팅은 꽤 긴 편이다. 내가 방문한 곳의 공식 계정이 있을 경우 당연히 태그를 거는데 무시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계에서도 이름난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보고 리뷰를 썼을 때 그도 본인의 계정 스토리에 내 게시물을 공유해 준 걸 보면, 자신이 타인에게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감상은 거의 무조건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에게 닿는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내가 정말 훌륭하다고 느낀 것에만 리뷰를 쓰기 때문에 그 내용을 채우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게 나는 쉽게 쓴 평인데 그걸 읽으시는 분들에겐 꽤 인상이 남나 보다. 회사 근처에 있는 한 레스토랑은 이제 내 이름을 알아보고 내가 방문하면 꼭 뭔가를 얹어주신다. 어떤 곳은 방문 전에 먹을 메뉴를 예약 및 선결제해야 방문할 수 있는데 나는 혼자 가면서 먹고 싶은 메뉴가 두 개였다. 그래서 일단 한 가지만 예약하고 코멘트에 A 메뉴를 방문 시 추가 결제할 수 있는지 문의했더니, 자주 찾아주시는 걸 알고 있다며 서비스로 드리겠다는 답변이 왔다. 오예! 한 번은 시간이 없어 테이크아웃만 해야 했던 커피가 너무 인상적인 곳이 있었는데, 리뷰를 남기며 다음날 다시 방문했더니 슬쩍 할인을 넣어주셨다.
저 옛날로 거슬러가면 학창 시절에 자주 방문했던 동네 서점도 떠오른다. 만화책 등을 개인적으로 주문할 때마다 그곳 사장님은 거의 원가만 받고 책을 파셨다. 한창 책이나 영화 대여점이 인기를 끌었을 때 자주 갔던 곳도 선입금 금액을 늘 몇 천 원씩 더 넣어주셨다. 적어도 나에게 가게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는 일은 언제나 이득이었다.
나는 블로그에 올리는 글 한 편이든 빵이나 파스타, 혹은 수백 시간 연습한 뒤 연주하는 곡이든 내가 시간과 정성과 열의를 쏟은 무언가의 가치를 타인이 알아봐 주는 일이 결코 기분 나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아주 쉬운 방법으로 무언가의 창작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단골손님으로 인식되면서 받는 서비스나 덤도 좋지만 타인의 반가운 시선을 받았을 때의 그 기쁨을 의심할 수 없기에 나는 리뷰를 쓰면서, 혹은 어느 가게를 자주 방문하면서 내가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표현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알아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꼬리표다. 그래서 내가 어딘가의 단골로 인식되어도 괜찮다. 나는 나를 알아버린 가게에 계속 갈 것이다. 덕분에 나도 소소하게 즐겁고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