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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드 Mar 15. 2023

7박 9일 이탈리아 여행 후기 (1)

  며칠 전 단체 여행 상품을 통해 7박 9일로 이탈리아 일주를 다녀왔다. 어디로든 나 혼자 자유롭게 가고 싶은 마음이 크기는 했지만, 그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아빠의 욕구가 많이 쌓였었기에 부모님을 동반하고 단체로 가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노란색 풍선이 마크인 회사의 여행 상품을 결제했다. 댄 브라운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탈리아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빠의 변덕을 많이 고려한 그 상품의 선택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먼저 총평부터 하겠다. 비록 일정이 대체로 정해져 있는 여행 상품이지만, 막상 가면 가이드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단체 여행의 모든 음식은 형편없다(...) 여행 상품을 통해서는 개인이 가기 힘든 소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이건 내가 그런 소도시 일정이 포함된 상품을 고른 덕분도 있다), 예쁜 배경을 두고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박물관 등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중요한 목적지는 개인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실감했다.


  혹시 이 포스팅이 검색에 걸릴 걸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나중에 알거나 써먹으면 좋겠다'는 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나는 3월 4일부터 12일까지의 여정이었으므로 이건 3월 초의 이탈리아 여행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1. 선택 관광에 카프리 섬이 있을 경우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비수기라 거의 모든 상점이 공사중이며, 배를 1시간 정도 타야 하는데 심한 배멀미를 느낄 수 있다. 다행히 나는 멀미를 하지 않았지만 같은 여행 상품을 구매하여 다닌 분들이 꽤 많이 멀미를 호소했다.

 

  2. 3월 초 이탈리아의 날씨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변덕스럽다. 한쪽에선 햇빛이 나는데 다른 쪽에서는 비가 내릴 지경(...) 공기도 쌀쌀하다. 기온의 절대값이 영하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체감 온도가 뚝뚝 떨어지는 편. 전기장판을 챙겨갈 수 있으면 며칠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고, 머플러와 선글라스를 동시에 챙겨 다녀야 한다.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 점퍼가 있다면 유용할 것. 나는 추위를 많이 타는 지라 심지어 모직코트도 입고 다녔다. 참고로 같이 간 엄마는 7부 소매 옷을 가져갔는데 이너로만 입고 단독으로는 거의 입지 못하셨다. 


  3. 위에 언급한 카프리 섬을 비롯하여 꽤 곳곳이 4월을 성수기로 생각하고 그때부터 영업을 한다. 로마나 피렌체 같은 대도시에는 해당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작은 마을은 그런 경우가 왕왕 있는 듯하다. 내가 간 곳 중에는 리오마조레라는 마을이 그랬다.


  4. 여력이 있는 한 1일 1젤라또와 커피를 하시기 바란다. 이탈리아의 카푸치노는 정말 맛있다! 에스프레소를 드실 경우 꼭 이탈리아인처럼 설탕 한 봉지를 다 넣을 것. 


  5. 명품 브랜드는 본토에 가도 비쌀 수밖에 없는데, 면세점 가격 기준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FURLA라는 브랜드가 그나마 현지에서 조금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가왔다. 본인은 사실 명품을 잘 알지 못하므로 이건 참고 사항으로만 생각해 주시길 :)


  6. 음식은 심하게 짜거나 굉장히 밍밍하다. 내가 겪은 바로는 그랬다, 흑흑. 튜브 고추장을 가방에 넣어 다니시길 바란다(....)




  1일차: 폼페이, 소렌토, 카프리 섬


폼페이 유적지


  가이드가 말하길 이탈리아 일주를 할 때 가장 힘든 여정이 남부 투어와 로마라고 한다. 1일차의 여정은 그 중 남부 투어. 폼페이 유적지는 바닥이 전부 불규칙한 돌길이라서 땅바닥을 종종 확인해야 한다. 편한 운동화는 필수가 되겠다. 날씨가 좋을 경우 폼페이를 화산재에 묻히게 했던 베수비오산이 곳곳에서 뚜렷하게 보이며, 운이 좋다면 몇 발자국만 남긴 채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는 온화한 고양이도 만날 수 있다^^! 폼페이도 기본적으로는 사람들이 살았던 도시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시설들- 빵집, 목욕탕, 상점가, 관공서 등이 있지만 사실 내가 그걸 독자적으로 알아보기는 어려웠고, 가이드의 설명 덕에 '이런 용도였구나' 하고 알 수 있었다. 유적지가 굉장히 넓어서 아마 모든 곳을 다 돌아보려면 3시간은 걸릴 듯. 전부 야외이기 때문에 식수도 있으면 좋겠다.


소렌토의 정경


  소렌토 섬도 아름답고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현대적으로 꾸며진 거리에 진입하면 쇼핑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만날 수 있으며 길이 잘 닦였다. 레몬이 유명한 곳이라 빵에 레몬맛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가는 종류들이 많은데 다들 아주 달지 않으면서 상큼하니 맛이 좋다. 레몬맛 젤라또는 이탈리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지만 여기서 먹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단 핫초콜릿을 사먹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맛이 굉장히 밍숭맹숭했다(....) 참고로 위의 사진을 찍는 포인트까지 가는 데에 계단이 꽤 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배로 1시간 정도 가면 카프리 섬이 나온다. 어쩐지 다른 일행들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었던 것 같은 카프리 섬(...) 들어가는 입구가 굉장히 아슬아슬하며 바닷바람이 굉장하다. 명품 부티크들이 많이 보이는데 4월이 되기 전까지는 모두 문을 열지 않으며, 다른 상점들 역시 거의 닫혀 있어 기념품 하나 사기 쉽지 않다. 배를 기다리는 곳에서 화장실 및 샤워실 표지판이 있었는데, 비수기이기 때문인지 화장실조차 열지 않았더라. 




  2일차: 로마


  단체 여행을 하면 아마 미니밴투어가 선택 관광으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미니밴투어를 선택하면 이동 시간이 절약되므로 몇 군데를 더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이드가 걷는 게 많이 힘들 거라며 미니밴투어를 강력하게 권하기에, 나는 나이가 있는 부모님도 있고 해서 미니밴투어를 선택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미니밴투어를 통해서 판테온, 그리고 갈릴레이가 재판을 받았다는 미네르바 교회를 더 볼 수 있었다.


포로 로마노


  아마 거의 모든 여행이 그렇겠지만, 사진 찍기 좋은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것 같은(ㅋㅋㅋㅋ) 느낌이었다. 콜로세움은 거의 차에서 스쳐 지나듯 보고 개선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순간을 주었다. 그다음부터 벤츠 미니밴을 이용해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약간 위쪽에서 살펴보는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멋졌다. 로마는 정말 가는 곳마다 유적지가 있다. 아, 그런데 유의 사항. 비둘기 배설물이 보이지 않게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난간에 지나치게 기대거나 팔을 걸치는 행위는 하지 말자.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곳들 외에 다른 유명 명소들, 스페인 광장과 스페인 계단,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근처 등등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하필 로마 투어 날에 트레비 분수가 물을 빼고 청소를 했다! 내가 간 요일이 월요일인데 혹시 모르니 다른 분들은 월요일의 로마 일정을 피해보시는 것도 좋겠다. 물론 트레비 분수의 전체적인 모습도 웅장하지만 분수에 물이 없으니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ㅠ_ㅠ.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바티칸에 와야 한다


  그리고 긴 줄을 기다려 입성한 바티칸 박물관. 사실상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을 보기 위한 입장이었다. 여행하면서 가장 많은 인파를 만났던 게 바로 바티칸 박물관이었다. 어어.. 내가 사람에 떠밀려 간다... 정말정말 사람이 많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두 걸작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걸 감내할 수 있다. 내가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좋았던 게 바로 시스티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이었다. 사방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짓눌려 있는데 위를 보면 그런 불편한 압박감 마저 잊게 되며 기독교인도 아닌 내 영혼이 움찔하는 것만 같다. 그 천장화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데도 이유 없이 눈시울이 반응했다. 최후의 심판에 쓰인 푸른색은 내가 본 가장 경외롭고 성스러운 푸른색이었다.


  사실 시스티나 예배당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정숙해야 한다. 하지만 내 경우, 가이드가 몰래몰래 사진을 찍는 방법을 알려줄 정도로(...) 모두가 공공연하게 핸드폰을 내리며 셀카 모드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쭉쭉 나오면 성 베드로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 바티칸 박물관에서 나온 시점으로부터 별다른 입장표 없이 들어갈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 역시 사진 촬영은 불가하다. 여기에 바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는데, 그 작품은 어떻게 보면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최후의 심판'보다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대신 성당의 내부 자체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함과 화려함을 지녔다. 외관도 정말 멋있고 광장의 전체적인 모습도 볼만하다. 실제로 교황이 나와서 발언하기도 하는 발코니를 먼 곳에서나마 엿볼 수 있다. 나는 드라마 <영 포프>를 인생 작품으로 꼽기 때문에 의미가 깊었다.


  아, 그리고 로마에서 이틀간 머문 숙소가 가장 야박한 아침식사를 자랑했다. 크로와상을 더 가져다 달라고 하니 딱 3개만 더 내놓았으며(맙소사!) 다른 날에는 무려 식빵에 곰팡이가 있었다. 야채는 전혀 없었고, 차를 마실 수 있는 따뜻한 물조차 비치되지 않았다(즉 아침 식사에 티백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는 거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어라, 어쩐지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 내용은 나눠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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