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미래는 알 수가 없다. 항공 마일리지를 소진하겠다고 최대한 먼 거리로 가는, 그것도 LA로 가는 티켓을 사버린 나는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어떤 XXX의 계엄령 사태와 그로 인한 환율 폭등, LA 대형 산불, 연달아 발생한 항공기 사고, 악화되는 치안 등등. 하긴 이것들 중 하나라도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날짜는 다가오고 있고 취소하기에는 이미 늦었으니, 대략 반년 전쯤 작성했던 여행 관련 사항들을 이곳에 정리해 보며 최종 점검을 해보려 한다.
LA 여행(특징: 여성, 혼자, 뚜벅이) 1단계: 출국 전 준비
0. 대사관 정보 알아두기
나에겐 혼자, 혹은 자유 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대사관 혹은 영사관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찾아 다이어리 혹은 일정표에 적는 습관이 있다. LA의 영사관 주소 및 번호는 다음과 같다.
LA 영사관 주소: 3243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10
LA 영사관 연락처: +1-213-385-9300 / 긴급용은 +1-213-700-1147
1. 숙소 물색 및 예약하기
특히 서양 쪽으로 여행을 갈 때는 한인민박을 찾는 편이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조식을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으며 빈대 걱정이 심리적으로 조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웃돈을 좀 주고 개인 화장실이 딸린 방을 고르면 호텔과 비슷한 환경에서 머무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LA에서 한인민박에 묵을 생각을 했는데, 아예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도시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한인민박은 코리아타운에 몰려 있었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의 치안 수준이 대단히 좋지는 않고, 나는 특히 LA에서 위험할 수 있다는 다운타운 방향으로는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베버리힐즈에서 머물기로 했다.
베버리힐즈 부근에 있는 한인민박은 하나였다(내가 알아본 바로는 그랬다). 그래서 일정 내내 그곳에서 머물 예정이다. 리뷰를 보니 특히 유대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 안전하다고 하여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 중이다! 더불어 예약을 하면서 공항 픽업 및 드랍 가능 여부, 전자레인지와 커피포트 사용 가능 여부, 주인이 상주하는지, 얼리체크인이 되는지, 청소 여부 등을 묻고 메모했다. 숙소의 주소와 호스트 연락처(핸드폰), 카카오톡 아이디도 모두 챙겼다.
1-1. 예약한 숙소의 주변을 파악해 두기
현지 시각으로 오전에 도착하기는 하지만 입국 수속 및 짐 찾기, 숙소 도착 및 방 확인, 짐 정리, 약간의 휴식 등등까지 고려하면 언제 돌아다닐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첫날에는 숙소 주변, 숙소에서 가까운 곳을 둘러보는 쪽으로 계획을 잡는 편이다. 괜찮아 보이는 가게, 저녁 식사를 할 만한 식당, 혹은 다음날 아침을 사 먹을 수 있는 식당 등을 구글 맵스에 표시해 두고 되도록 베버리힐즈를 돌아다니기로 정했다.
한편 내가 꼭 표시해 두는 곳이 바로 슈퍼와 편의점이다. 먹는 건 너무나 중요하니까..!! 지도를 살펴보니 5분 거리에 식료품점이 있고, 24시간 편의점 같은 느낌의 Walgreens도 있는 점을 확인했다. 더불어 요새는 카드에 외화를 충전하여 현지에서 인출하는 경우가 많기에 가볍게 가까운 곳에 ATM이 있는지도 봤다. 굳이 표시는 안 했지만 '숙소 주변에서 돈 꺼낼 곳이 꽤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정도의 마음가짐을 갖기 위해서였다. 글을 읽는 분들을 위해 비자와 마스터카드에서 제공하는 ATM 검색 URL을 남겨둔다.
비자: https://www.visa.com/locator/atm
마스터카드: https://www.mastercard.us/en-us/personal/get-support/find-nearest-atm.html
2. 현지 투어 상품 및 티켓 예약하기
결론적으로 내가 구매한 투어 프로그램은 1일 시티 투어와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투어이다. 미국 서쪽으로 가는 만큼 그랜드캐니언은 아니더라도 국립공원, 미국의 대자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찾아보니 요세미티는 LA에서는 너무 먼 거리라서 '조슈아트리'라는, 내게는 다소 생소한 곳을 많이들 가는 것 같았는데 풍경이 꽤 멋있었다. 사막의 장엄한 황량함, 그리고 그곳에 일몰이 왔을 때 보이는 별 사진은 내 마음을 동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1일 시티 투어는 처음에는 갈 마음이 없었는데 사정이 생겨 일정이 조금 줄어들기도 했고, 나이가 드니(...) '(셀카가 아닌) 누가 찍어준 꽤 괜찮은 사진'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되어 예약을 결심했다. 또한 이동 수단이 보장되어 여기저기를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라 내가 갈 마음이 없었던 혹은 포기했던 곳도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투어 상품은 모두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구매했고 각각 20만 원 중반 대였다. 예약 확정 뒤 역시 투어 가이드의 카카오톡 아이디와 현지 연락처를 적었고 미리 예상 출발 및 투어 종료 시간을 알아두었다. 가이드 팁을 비롯한 불포함 비용, 코스 정보, 예상되는 기상 시간도 메모 대상이다.
참고로 이런 현지 투어 상품의 경우 코리아타운은 무료 픽업/드랍을 해주는 편이지만 내가 머물 베버리힐즈 지역에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 혹은 추가금을 꽤 내야 한다. 내가 구매한 시티 투어 상품은 리뷰가 매우 좋고 사진을 잘 찍어주며 코스도 마음에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를 데려오거나 밤에 데려다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부디 잘 귀가할 수 있기를! 상품 링크는 훗날 후기와 함께 올리겠다.
그리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의 티켓을 구매했다. 가장 비싼 VIP로(....) 공식 홈페이지보다 마이리얼트립 가격이 더 저렴하기에 역시 그쪽을 통해 샀다. 그런데도 원화로 61만 원이다^^ 굳이 VIP 티켓을 구매한 이유는 스튜디오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티켓은 투어를 제공하지 않는다.
VIP 티켓의 또 다른 엄청난 메리트는 바로 '어트랙션 무제한 우선 입장'이다. 물론 유니버설 스튜디오 할리우드도 익스프레스 티켓을 팔긴 하지만 그건 무려 1회용이다. 맙소사. 그러나 VIP 티켓을 소유하고 있으면 무제한으로 어트랙션에 우선 입장하여 즐길 수 있다. 나는 20대가 한참 지나버린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더불어 점심도 준다. 무료 주차도 제공해 주어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분들은 살짝 참고할 만하다.
마지막으로는 게티 센터 입장권을 예약했다.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라 사전 예약이 필수인 곳이다. LA 대형 화재로 잠시 문을 닫았으나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게티 빌라는 여전히 휴관 중이다.
ESTA 신청과 여행자 보험 미국 여행 시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살포시 생략하겠다. 여행자 보험은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고 또 리얼마이트립에서 가장 비싼 거로 했다. 어차피 사라지는 돈이고 상품들 간에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계획표 작성하기
우선 나의 계획표에는 여행 가기 전에 사야 할 것, 여행 가서 살 것, 준비물이 포함된다. 이번에 여행 가기 전에 산 용품은 휴대용 물병, 밝은 색깔의 옷 정도가 될 듯하다. 기록을 편하게 하려고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샀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했다. 여전히 내 손과 펜이 고생할 예정이다.
LA에서 살 것은 일단 멜라토닌, 회사에 뿌릴 간식으로 기라델리 초콜릿과 씨즈캔디, 스타벅스나 블루보틀에서 언니를 위한 굿즈, 글로시에를 갈 경우 약간의 화장품과 조카를 위한 키링, 트레이더조에서 살 수 있는 핫코코아 초콜릿 스푼과 켈로그 라이스 크리스피로 정했지만 분명히 더 늘어날 터다. 오히려 그 아래에 쓴 말이 더 중요하다. '선물할 만한 것이 있으면 고민 말고 사라! 어차피 다시 못 볼 물건이다!'
홀로 장기 여행을 간 지가 오래되어 준비물을 작성하는 게 조금 어색하긴 했으나 일단은 아래와 같다. 혹시 빠진 게 있다고 생각되는 게 있다면 알려달라.
<준비물 사항>
여권, 여권 사본, 여권용 증명사진
항공권 여정안내서, ESTA 관련 출력본, 티켓 바우처 등
카드와 현금
선글라스, 모자, 우양산
휴대용 물병 (투어를 하지 않을 때 식수를 챙기기 위함)
보조배터리, 이어폰
안경
안대, 이어 플러그, 수면유도용 약, 유산균
상비약(감기약, 진통제, 지사제, 알레르기약, 피부질환 연고, 벌레 물렸을 때 연고, 밴드와 후시딘)
110V 어댑터, 충전기, 멀티탭 하나
세면용품, 스킨케어, 미스트, 헤어밴드, (드라이 샴푸), 휴대용 구강청정제(아침 일찍 나가는 투어 대비)
다이어리와 펜
큰 일교차를 고려한 옷들, 스카프, 속옷, 양말
여분의 운동화
(저녁을 못 사 먹었을 때를 위한) 컵라면과 컵반
실내용 슬리퍼
지퍼백, 비닐 봉투
물티슈, 휴대용 휴지
기내용 목베개
파스와 휴족시간
덧붙여 계획표에는 LA의 일반적인 일출 및 일몰 시간을 적어두었다. 출국 및 입국 비행 정보도 간단하게(비행기 편명과 출도착 시간), 현지에서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묶어둬야 하는 금액, 마일->킬로미터 환산법(1.6을 곱하자)까지도 포함되어 있다ㅋㅋㅋㅋ
세부 사항으로 구글맵을 통해서 A에서 B로 이동할 때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고 러프하게 타임라인을 작성했다(예전에는 아예 A4 용지를 가로로 접어서 수직선을 그렸다).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날이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는 날에는 필요가 없고, 도착하는 날과 조금 쉬어가는 날을 위한 것이다. 계획표를 작성하면서 도서관에서 본 가이드북 1권과 유익해 보이는 인터넷 게시글에 나온 곳은 가지 않게 되더라도 일단 별표로 표시했다.
부록. 우버 사용법 익히기
운전할 줄 모르는 뚜벅이는 LA에서 결국 우버를 이용해야 한다. LA에 지하철과 버스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하철은 너무 위험하고, 버스는 굉장히 시간을 잡아먹으며 시간표조차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우버에 관해 이것저것을 검색해 보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일단 현지에서 앱 설치를 하지 않으면 달러로 제공되는 할인 쿠폰을 쓰지 못하는 모양인데, 인증 문자가 제대로 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 듯했다. 현지에서의 시간을 꽤 소중히 여기는지라 나는 한국에서 앱 설치 및 인증, 카드 등록을 하기로 했다. 미국 유심을 사서 쓰게 된다 하더라도 앱 설정에서 번호 변경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선불폰 번호를 이전 사람이 정리하지 않았을 경우 우버 등록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늘 그랬던 것처럼 로밍을 이용할 것 같다.
떠나기 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부디 무사히 다녀올 수 있길! 누군가에게 내 주절거림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그럼 이후에 할 말은 여행을 다녀온 뒤에 적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