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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드 Mar 24. 2023

감사하는 모닝 페이지 5일 차 후기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라는 유명한 책을 아시는 분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창의성을 일깨워 주었다는 책인데, 이 책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게 '모닝 페이지'다. 의식의 흐름을 아무런 검열 없이 일단 노트 3쪽 분량으로 써보는 일인데, 친구에게 이 책을 추천받고 책장을 펼쳤을 때 모닝 페이지라는 개념은 내게 일종의 일기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나는 일기를 꽤 자주 쓰는 편이라서 중복된 행위겠구나 싶었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는 '아티스트 데이트'도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따를 이유가 없어 보였다. 적어도 그 책은 나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갑자기 내가 하루를 시작하며 감사할 수 있는 내용을 아침에 적는 일을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에는 유독 내가 이미 몇 번 들어본 한 유튜브 채널의 감사 명상 가이드가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 속 수많은 감사할 거리들을 읊는 가이드의 음성과 그것에 공감하는 나를 느끼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말로 주절주절 하는 것보다는 글씨를 쓰는 게 내겐 더 편한 일이었다. '감사하는 모닝 페이지' 습관은 갑자기 그렇게 생겼다.

  


  내가 그렇게 대단하고 재미난 삶을 사는 게 아니라서, 노트 세 쪽 분량을 다 채울 만큼의 감사한 이야깃거리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A5 사이즈의 수첩에 열 줄 내외를 적는 것으로 타협을 보기로 했다. 한 줄에 '감사한다'라는 말로 끝나는 문장 하나씩. 오늘까지 5일 차가 되었고 나는 이런 문장들을 적었다.


  오늘 이렇게 안전하게 눈을 뜨게 되어 감사한다. 봄이 오고 있음에 감사한다. 나 자신에게 아침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오늘은 어제와 다를 것임에 감사한다. 내가 노력할 수 있어서 감사한다. 책을 읽으면서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감사할 거리를 생각하면서 비참함을 느끼지 않는 나 자신에게 감사한다. 내가 무기력하지 않아서 감사한다.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웃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정말 그랬다. 오늘 처음으로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살짝 웃었다. 


  세심한 눈길로 바라보면 선약이 없는 일직선 같은 일상에도 감사하다고 할 만한 점들이 있었다. 내 방이 있고, 내가 아침형 인간이라 아침에 어렵지 않게 눈을 뜰 수 있고, 대기질은 형편없지만 과거의 내가 사다 놓은 공기 청정기가 방에 있고, 개나리가 핀 것을 볼 수 있고, 꽃이 피는 걸 심드렁하게 바라보지 않는 나의 아직 메마르지 않은 감수성이 있고, 이 모든 것은 당연하지 않다. 아무것도 당연하지 않다. 매일 뜨는 태양도 비가 오거나 아주 새까만 먼지 구름이 끼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살아 있음도 당연하지 않다. 걱정 없이 숨을 쉬는 것조차 당연하지 않다.


  세상에는 나를 비관적이고 답답하게 하는 요소만 있는 게 아니다. 


  위와 같은 의식은 가끔 할 수는 있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지나가 버린다.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사하는 모닝 페이지는 가볍게 명상하면서 현존하고, 나에게 생존할 힘을 스스로 부여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 같다는 게 이 시점에서의 내 생각이다.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요소는 곧 나의 아군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 편이 많다는 생각이 들면 의지가 차오르기 마련이다. 


  이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서 한 달째 후기 포스팅을 올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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