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나는 17년차, 대한민국 보건교사다.
장래희망에 한 번도 의료인을 적어낸 적이 없었던,
건축공학자를 꿈꾸던 여고생이 보건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내가 꿈꾸는 미래를 적어보고자 한다.
눈물 콧물 쏙 빼는 서사나, 스펙터클한 웅장함은 없을 것이다.
평범한 한 시민의 이야기이지만,
간호학과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생,
보건교사를 꿈꾸는 간호학과 학생에게는 참고할만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또, 현직 보건교사들도 미래를 꿈꾸는 동료의 고민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대략 떠오르는 글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장. 어쩌다 간호사
01 IMF, 꿈보다 취업률
02 병원근무의 보람과 고단함
2장. 학교로 온 간호사
01 보건교사 임용고사 자격과 준비과정
02 보건교사의 업무 : 밴드만 붙이는게 아니었네
03 보건교사의 장단점 : 월급이 나왔는데 보름치만 나온 줄 알았다.
04 꿈을 가진 아이들과 보건동아리 운영 : 보건동아리 활동 상세내용 및 생활기록부 기록 팁
05 지금 이대로 네가 참 좋다 : 요양호자 관리 및 보건실 상담사례
3장. 책방으로 간 보건교사
01 세상과 만나고 싶어
02 미래를 위한 준비 : 필라테스 강사자격증 취득,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 도서블로거활동, 독서모임
03 공무원의 재테크
04 읽고 쓰고 운동하는 옆집책방
1장은 과거의 나.
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과정.
간호학과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들. 대학생 땐 이런걸 했으면 좋겠어!
병원근무를 했을 때 좋았던 점과 그만두게 된 계기 들을 적을까 한다.
2장은 현재의 나.
교직이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학과 내 성적 상위10%)을 갖추었을 때 나는 교수님을 찾아갔다.
'저는 공무원 같은건 안할거예요. 교직이수 안받을래요! 다음 친구에게 기회를 주세요!'
간호학과수업은 0교시부터 7교시까지 쉬는시간 없이 진행된다.
캠퍼스를 누비는 사치는 어느 나라 이야긴가.
해질녘 강의실을 나오면 이제부터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해야하는데.
교직이수자는 저녁을 삼각김밥으로 떼우고 8교시부터 10교시까지 사범대에서 교직수업을 들어야 한다니.
그래서 교수님을 찾아가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공무원 같은건 안할거예요.'
깊은 빡침이 세 번 정도 교수님 얼굴 위에서 오르내렸다.
어금니를 앙 다문 교수님께서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우아하게 말씀하셨다.
'나중에 나에게 고맙다고 할거야. 헛소리 집어치우고 일단 자격 취득해!'
꾸역 꾸역 교직을 이수 했다.
그리고,
공무원을 안하겠다더니.
나는 동기 중 제일 먼저 보건교사가 되었다.
(교수님, 그 때 저를 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ㅎ)
선 사표, 후 노량진 방문.
예상치 못한 노량진의 열기에 '나 ㅈ됐다!'하고 놀랐던 사연.
4월에 사직하고 10월에 시험봐야 하니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스터디 조성 없이 혼자 인터넷강의 2배속으로 공부한 사연.
그렇게 힘들게 임용고사에 합격했는데,
평생 공무원으로 퇴직때까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껴 8개월간 영국에서 살다 온 이야기.
첫 월급이 간호사 월급의 절반이었을 때의 충격. (내가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거지? 하는 자괴감)
첫 발령지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
공업고등학교에서 '기계'가 싫다며, 뭐 먹고 살아야겠느냐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던 아이와 만든 보건동아리에서 의료인이 배출되었던 사연들. (그 친구들과는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벌써 애아빠다)
그리고 17년차 보건교사로 일하면서 느낀 보건교사의 장단점에 대해 쓰고자 한다.
3장은 미래의 나
보건교사 업무에 꽤나 능숙해졌고, 아이들, 선생님들과도 사이가 좋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둘을 낳아 잘 키우고 있다.
행복하다. 하지만 뭔가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더 재미있고 싶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지 않을 때 보다, 책을 읽을 때 궁금한게 더 많아졌고.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더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여러가지 분야를 공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필라테스강사자격증, 공인중개사자격증)
책을 읽고 잊어버리는게 싫어 손으로 독서노트를 쓰다가, 블로그를 개설했고, 1일 1포스팅을 유지한지 6개월이 지나간다. 생각보다 읽고 쓰는게 즐거워 잠자는 시간이 줄었어도 삶에 활력이 생겼다.
읽고 쓰는 삶이 시작되자 나의 시야와 세계는 더욱 넓어졌다.
독서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 덕분에 비전은 더 커지고 있다.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듣고 싶다.
읽고 쓰고 요가수업도 하고..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2잔까지만 마실 수 있는 스몰BAR로 운영하는.
출퇴근길에 잠시 발길이 멈추는.
작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세상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보건실을 나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이 넓은 우주를 온몸으로 더 부딪혀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먼저 글을 써본다.
나를 알기 위해,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을 걷고 싶은 후배들을 위해.
이 글을 마치고 나면 나는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