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연습, 넷

No.1 Trend Leader [2014 CJ E&M 변형]

by 이해섬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발을 맞춰 나아간다. 맨 앞사람이 이끄는 방향으로, 그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거리면서.

줄에는 맨 앞이 있고 당연히 맨 뒤도 있다. 맨 뒤에 선 아이는 자기 위치가 불만이다. 고개를 삐죽 내밀어도 기껏해야 중간 어디쯤 껴있는 아이의 뒤통수나 보일 뿐이다. 게다가 그렇게 고개를 내밀어서야 줄을 쫓아 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다. 아이는 다시 바로 앞의 뒤통수를 보며 시시한 스텝을 밟는다. 도대체 이게 뭐가 재미있다고 다들 이렇게 신나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라니! 이런 건 집에서 떼고 오는 거 아닌가.


조금 전 지나친 저 나무 뒤로 돌아가면 멋진 모양의 바위가 있다. 입을 쩍 벌린 사자처럼 생긴 크고 까만 바위다. 언젠가 우연히 발견한 뒤로 종종 그곳에서 혼자 놀고는 했다. 딱히 독차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생각은 유치하니까. 내일모레면 초등학교도 가는데 유치할 나이는 아니다. 다른 친구들도 분명 그 바위를 좋아할 거다.

그리고 아이는 보사노바풍의 스텝도 밟을 줄 안다. 지금 이런 시시한 스텝과는 비교도 안 되게 흥겨운 스텝이다. 아이는 아래층 형이 무서운 얼굴로 찾아올 때까지 스텝을 밟고 또 밟았더랬다.

아이는 멋진 바위가 있는 쪽으로 앞사람을 끌어당긴다. 앞에 선 아이가 눈을 흘기며 핀잔을 준다. 어쩔 수 없이 혼자 보사노바 스텝으로 줄을 쫓는다. 줄 뒤쪽이 휘청거린다. 앞에 선 아이들이 일제히 불만을 성토한다. 이상한 짓 하지 말라며 외친다. “너 관종이냐?”라는 비웃음이 날아온다. 아이는 기가 찰 노릇이다. 말버릇 하고는. 저 앞쪽으로 끼어들려는 시도도 실패한다. 오히려 선생님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기차의 뒤쪽 칸이 멋대로 치고 나가면 기차는 탈선하고 만단다. 기차가 탈선해서 쓰러지면 아주 아주 큰일이 나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나가고, 그걸 복구하느라 많은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고, 철도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떠안지. 그러면 아주 아주 무섭겠지? 아이는 어처구니가 없어 대꾸하지 못한다.


아이는 고민한다. 그냥 어깨의 손을 놓아버릴까. 그럼 나 혼자 보사노바 스텝으로 멋진 바위를 보러 갈 수 있을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또 혼나진 않을까. 또 ‘관종’ 소리를 들을까. 어차피 맨 뒤에 있는데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이렇게 고민하는 동안 행렬은 ‘장난감 기차’ 리듬에 맞춰 열 번쯤 지나친 미끄럼틀 주위를 돈다. 아이는 결심한다. 그리고 손을 놓ㄴ,

짝! 박수소리가 터진다. 이어서 “자! 이제 돌아서 뒤에 있는 사람 어깨를 잡으세요!” 하는 외침이 들린다.

별안간 아이의 앞에 너른 공간이 놓인다. 아이는 머뭇거린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 뒤의 아이들은 일대 혼란을 맞이한다. 선생님이 당황해 놀이를 멈추려 하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듣지 못한다. 저마다 꺄르륵 웃으며, 보사노바 스텝을 어설프게 흉내 내며, 흥겹게 구불구불 나아간다. 이제 아이들에게 기차놀이는 보사노바 스텝으로 수풀 사이를 탐험하는 놀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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