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먹은 인형

벽과 벽사이

by 민여름

"천천히 한 번 둘러보세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부동산업자가 현관문을 열며 말했다. 민여름은 부동산업자를 따라 원룸으로 들어갔다. 중문을 열자마자 가로로 놓인 작은 침대가 보였다. 침대 맞은편으로 빨래건조대가 겨우 들어갈 만한, 세탁기가 놓인 좁은 베란다가 보였다. 화장실과 부엌은 현관과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지금 사는 곳이 투룸이라 이 원룸이 너무 좁아 보이지만, 바퀴벌레나 말벌이 출현하는 지금 집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다.


여름은 흔쾌히 월세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날짜를 잡아 이사를 왔다. 여름의 짐은 혼자 사는 것 치고 많은 편이다. 짐을 줄여보고자 몇 날 며칠을 버리고 버려도 몇 상자는 되었다. 이사 견적을 위해 짐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니,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혼자 사는 것치고 짐이 좀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아저씨가 말한 '좀'은 사실은, '엄청'의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여름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다.


짐을 다 옮긴 여름은 일단 필요한 물건만 대충 꺼내두고 나머지는 천천히 살아가면서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침대에 걸터앉은 뒤 벌렁 뒤로 누웠다. 아침 일찍부터 수선을 떨어서인지 조금 피곤해진 여름은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어딘가 저 멀리서 '지잉 철커덕철커덕 띵동' 하는 반복적인 소리에 여름은 잠에서 깼다. 밖은 조금 어둑해져 밤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시간은 7시 34분이었다.


지잉 철커덕철커덕 딩동 하는 공장 같은 그 소리가 나는 쪽은 화장실 쪽인 것 같다. 화장실 문은 이미 열려있는 상태였으므로 이 소음은 옆집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도대체 무슨 가전을 돌리길래 이런 복잡한 기계음이 나는 걸까. 조금 신경이 거슬렸지만 여름은 옆집에 말하러 가는 걸 참았다. 이사오자마자 옆집과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만 시끄러운 걸 수도 있었다. 게다가 소리가 작은 편이기도 하여 못 참겠다 싶을 때는 이어폰을 꽂고 생활하는 것으로 해결하면 될 것 같았다. 불행하게도 지잉 철커덕철커덕 딩동 소리는 여름이 자기 직전까지 계속되었으므로, 여름은 계획했던 대로 이어폰을 꽂고 ASMR을 들으며 잠들었다.


그 소음은 긍정적이었던 예상과는 달리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그래도 여름은 참았다. 매일 저녁 7시 즈음부터 지잉 철커덕철커덕 딩동 하며 나는 소리를 여름은 이어폰을 이용하여 신경 쓰지 않는 척하려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지잉 철커덕철커덕 딩동 하는 소리가 몇 분 간 지속되는 가운데, 여름의 집에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