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숲속에서 읽는 ‘책은 도끼다’ 아! 행복합니다

by 포사 이목원

[숲길] 숲속에서 읽는 ‘책은 도끼다’ 아! 행복합니다.


“꼬끼오~~~ 멀리서 장 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꿩이 갑자기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들려온다.” 집 앞 숲길을 산책하며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다.

어제 새벽 6시경 블로그 포스팅 자료를 대충 마무리하고 집 앞에 있는 산책길로 향했다. 새벽 공기가 신선하다. 온몸으로 새벽 공기와 기운을 받아들인다. 얼마 만에 들어 보는 장 닭 울음소리였던가. 어린 시절 시골에 자라면서 들어왔던 장 닭 울음소리가 추억으로 다가왔다. 물론 그때 꿩들도 많았다. 아침 산책길에 듣는 자연의 소리와 맑은 공기가 온몸을 정화 시켜 준다.

작년 9월 서울의 강남학군이라는 수성구 만촌동에서 2년 넘게 살던 집을 정리하고 지산동 한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둘째 아들이 지산동 소재 고등학교를 입학해서 통학하기에 불편했기 때문이다. 새로 이사 온 아파트 뒤 베란다에서 산이 보인다. 손만 뻗으면 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 단풍이 물들 때 환상적인 가을 풍경도 보았고,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 풍경도 아름다웠다.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아난 후 이제 신록의 계절로 향하고 있다.

자연이 가까이 있으면 자연을 닮아 간다고 할까? 만촌동에 있을 때는 도로를 건너 산이 있었지만 아이와 산을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다. 이사 온 이곳은 만촌동과 환경이 완전히 달랐다. 손만 뻗으면 산이 닿을 정도로 지척 지간에 있었던 터라 자연스럽게 아들과 산행을 하곤 했다.

아이랑 반려 견 샌디랑 3명이 함께 산행하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질풍노도 같은 사춘기라 하지만 자연이 가까이 있고 함께 산행을 하면서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자연이 아들에게 말을 걸어주게 한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3주 전 우연히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혼자 산행에 올랐다가 수평 길로 끝없이 이어진 오솔길을 발견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생명수같이 느껴졌다. 집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름드리나무는 아니었지만 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져서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다. 시야도 확 트였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았다. 탁 트인 숲길이 걷기가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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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멋진 산책길을 발견했는데 같이 가볼래. 이렇게 해서 2주 전인 4. 11일 둘째 아이랑 숲길을 산책했다. 아이도 아주 만족한 표정이다.

지난주 토요일인 17일 숲길을 아이랑 다시 숲길을 산책했다. 순간을 살라고 많은 책에서 얘기했던 것이 몸으로 전해지는 순간이다.


일요일 오후 시간 또다시 산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을 감쌌다. 커피와 물병 하나 그리고 ‘책은 도끼다’ 책을 가지고 숲길로 향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온몸에 자연의 공기를 흡입했다. 숨을 다시 깊게 내쉬었다. 내 안에 노폐물을 바깥으로 발산했다. 복식호흡을 깊게도 하고 짧게도 하며 숲길을 걸어가니 행복감이 온몸에 전해져 온다. 숲은 정서적으로 안정시켜 주었다. 묘지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아 나도 죽으면 이렇게 되겠지. 묘를 돌보지 않아 묘 정상이 없어진 것도 있었다. 후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구나. 묘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결국 세월 따라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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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에 있는 통나무 의자에 앉아 이은숙 선생님이 낭독해 준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었다. 2019년 이 책을 읽고 독서 속도를 멈추게 한 책,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것인지 일깨워 준책이었다. 찐 팬 이은숙 선생님 덕분에 다시 읽게 된 것이다.

판화가 이철수 선생이 대목이 있는 1장을 읽고 있는데 마음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행복은 순간에 있다는 것을, 순간이 모여 삶이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박웅현 작가가 46쪽에서 했던 말이 통으로 내 마음을 삼켰다.

“봄을 찾아 짚신이 닳도록 돌아아녔는데 정작 봄이 집 매화나무 가지에 달려 있다. 중국의 작가 미상 옛 시를 인용하며 행복은 순간에 있다는 것을 말했다. 우리 삶을 절대 레이스로 해서 행복을 찾지 말라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 작가 박웅현은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한 풍요를 즐기려면 평소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도 얘기했다. 숲속에서 읽는 독서 짜릿함에 취해 있다 보니 추위가 느껴졌다. 1시간이 훌쩍 지난 것 같았다.

숲길은 행복을 전해주는 재료가 되었다.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아니면 혼자도 이 길을 자주 올 것 같다. 산책길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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