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수리] 아빠 거실등 불이 안 와.
“아빠. 거실등 불이 안 오는 것 알고 있어. 어제 오후 둘째 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 그래. 알고 있지. 거실등이 나간 모양이야. 아빠가 새벽에 스위치를 켰는데 불이 안 들어오더라구. 아빠 고칠 수 있어? 그럼. 할 수 있지.”
전화를 끊고 나니 전등을 빨리 교체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받기 전만 해도 급하게 교체할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주말쯤 교체할 생각이었다.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냥 여분의 전등으로 생활하려고 했다. 아이에게 전화를 받은 후에 바로 교체하는 것으로 마음이 바꾸었다. 일단 집에 가서 LED 전등을 빼 보아야 동종 제품으로 살지 아닐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화요일은 시차 출퇴근이라 5시에 퇴근한다. 5시가지나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두 아이 모두 없고 반려견 샌디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거실등 커브를 여는 분리 작업을 실시했다. 커브를 열어보니 아주 생소한 LED등이 눈에 들어왔다. 칩 형태의 LED등이었다. 총 3개의 LED 판넬이 있었다. 내가 생각해 왔던 일체형 LED전등이 아니었다. 칩 형태의 LED등은 인근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는 잘 맞는 것이 없을 것 같았다. 휴대폰으로 전기조명 업체를 검색했다. 집 근처 3KM 내에 몇 곳이 검색되어 전화를 했다.
조명기구 파는 곳이죠. ‘JANGAN LIGHTING’ LED등 있어요. LED 칩 판넬에 찍혀있는 회사명을 불러 주면서 같은 제품이 있는지 문의했다. 똑같은 제품은 없고요. 비슷한 제품은 있습니다. 6시 30분까지 영업합니다. 그전까지 오셔야 합니다.
시계를 보니 5시 50분쯤 되었다. 부랴부랴 LED판넬 하나를 드라이버로 분리해 조명 가계로 가지고 갔다. 조명가게 점원과 눈인사를 하고 가지고 간 판넬을 보여주었다. 조명가게 점원이 두 가지 종류 LED판넬을 보여 주었다. 문제는 고정하는 나사 구멍이 맞는지 잘 보셔야 된다. 또 하나는 천청에 고정되어 있는 거실등을 조립 가능하게 하는 나사 볼트 구멍도 맞아야 한다는 것이 점원 말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사이즈랑 구멍이 정확히 알고 온 것이 아니었기에 모험심을 발휘하기로 했다. ‘일단 주세요’라고 말하며 비슷한 사이즈인 칩형 LED 판넬 2개를 구입해서 집으로 왔다. 만약 맞지 않으면 반품을 한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마음이 급했다. 어떤 식으로든 오늘 LED등 교체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 새로 구입한 LED판넬과 철판에 고정시키는 너트 구멍을 맞춰 보았더니 너트 구멍이 맞는 곳이 하나도 없었다. 막다른 벽에 부딪친 느낌이었다. 우와! 이걸 어떡하지 고정할 방법이 없네. 판넬과 철판이 구멍이 맞는 곳은 딱 한곳이 있었지만, 너트를 고정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맥가이버 실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에 온 것이다. 멕가이버란 학창시절 자주보던 TV 프로그램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변 도구를 잘 이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끝에 LED 판넬에 양면테이프를 붙이면 될 것 같았다. 집 서랍을 찾아보니 3M 양면테이프가 있었다. LED 판넬을 양면테이프로 철판에 붙였다.
판넬을 철판에 붙였느니 나무지 작업은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는데 메인 전선 2선을 LED등과 결선하는 것부터 고역이었다. 무거운 LED 등 세트를 한 손으로 지지하고 다른 한 손으로 2개 전선을 결선하기 위해 작은 구멍에 전선을 삽입해야 했다. 노안으로 눈이 아련 거려 구멍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결선을 완료했으나, 천정에 고정되어 있는 브라켓과 LED 등을 고정하는 철판 구멍이 맞지 않았다.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메인 전선 2선과 LED등과 결선된 전선을 분리했다. 거실 바닥에 등을 놓고 자세히 보니 조금만 조정하면 구멍이 맞을 것 같았다. 양면테이프로 붙여진 LED판넬등을 힘을 가해 분리한 후 다시 구멍에 맞게끔 다시 붙였다. 메인 전선 2선도 다시 LED등과 결선을 완료했다.
이렇게 끙끙대며 작업을 한 결과 모든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8시가 훌쩍 넘었다. 스위치를 켜니 엄청 밝은 LED등의 위력이 나타났다. 거실이 훤해지는 기분이다.
LED등을 교체하는데 2시간 넘게 줄다리기 한 셈이다. 혼자 스스로 했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꼈다. 수리기사를 불러 교체해도 가능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며 교체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이것 때문에 저녁 일정이 다소 차질은 발생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부터 전기만 치는 것이 무섭다거나 어렵게 생각한 적은 없었다. 조립하고 결선하는 일련의 전기 작업에 재미를 느꼈다. 내가 자랐던 곳은 산간 오지 마을이라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기가 들어왔다. 가끔씩 전기가 나갈 때, 집안에 간단한 전기 수리를 하는 것은 손수 한 적이 많았다. 전선을 만지다가 감전된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라디오를 분해하는 것은 물론 집안에 가전제품이 고장 났을 때 간단한 것은 직접 수리한 적도 많았다. 물론 분해를 잘못해서 고장 나서 못쓰게 된 가전제품도 있었다. 대학 입학할 때에도 전기학과를 갈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전기 작업도 점점하기 싫어지고 관심이 없어져 간다. 둘째 아이 전화 한 통화가 나를 바삐 움직이게 한 것이다. LED 조명등 교체가 과거 시절을 회상케 했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는 유효하게 쓰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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