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도 쓰는 보디빌더 Nov 08. 2019

건강한 언니 레이나의 탄생

내가 운동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


 보통 여자들이 그렇듯이 나도 똑같았다. 어릴 때 잠깐 운동을 하기도 했었지만, 전공자도 아니었다. 운동은 몸매 관리를 위해 시작했을 뿐이다. 헬스는 전혀 하지 못했었고 학창 시절 교과목 체육만 좀 했던 평범한 여자였다. 어릴 때부터 키가 크고 골격이 좋은 편이라 종종 운동부의 러브콜을 받아도 운동선수는 싫었다. 당시만 해도 '운동하는 여자'의 이미지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가면서 살이 급격히 쪘다. 내가 고를 수 없는 집밥이나 급식을 안 먹으니 좋아하던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었고,  배운 술은 늘 모자랐다. 운동은 여태껏 그래 왔듯이 안 했다. 어쩔 수 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한 가지는 다행히 운동을 거부하는 몸은 아니란 거였다. 살도 비교적 쉽게 빠지고 지구력도 괜찮은 타입이었다. 나는 6개월간 25kg을 뺐다. 말이 25kg이지 키가 170cm가 넘는 데다가 고도비만도 아니었던 나에게는 엄청나게 극단적인 것과 다름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권하는 체중 감량은 월 2~3kg씩, 사이사이에 몸이 쉬는 텀을 주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쉴 틈 없이, 과체중 정도였던 내가, 체중만 몰아붙여서 뺀 몸은 정상 일리 만무했다.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가는 병원마다 쉬라고 했다. 이러면 안 된다고, 거식증이고 영양실조고 다 온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합병증이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말려도 억지로 운동해가던 어느 날, 보건소에서 무료로 ‘종합 운동 처방’을 해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거기서 체성분 검사와 각종 체력테스트를 했다. 결과를 듣던 중에 담당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한마디가 귀에 콕 박혔다.  사람마다 체구성 비율이 다르고 유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다르기에 나는 아무리 해도 더 이상 빠지지 않고 건강만 해칠 것이라 했다. 그러니 잘 먹고 근육운동을 집중적으로 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거였다. 마침 병원에서 크게 혼났었고, 몇 년간 복용해야 한다며 처방받은 약도 있고, 보건소 선생님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방법에 마음을 뺏겨 제대로운동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전문적인 운동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운동 동작은 물론이고 몸의 대사작용은 더 복잡했다. 이래서 아팠구나 싶었다. 게다가 처방받은 약의 부작용과 그간 해왔던 극도의 다이어트로 인해 살이 다시 붙기 시작했다. 너무 허무했고, 그간 뭐 한 건가 싶었고, 딱 그 마음만큼 좌절했다. 엄청나게 괴로운 기간이었지만, 그 시간을 버티면서 정말로 오랜만에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운동을 가르치는 사람, 운동으로 인해 생기는 부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처럼 막무가내로 몸 만들다가 아픈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운동을 알게 해서 다치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자격증은 물론이고 학교도 체육학으로 다시 가고, 오프라인 레슨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현실은 몸의 대사작용보다 더 복잡했다. 회사의 입장과 트레이너의 입장은 달랐고, 트레이너와 회원의 입장 또한 달랐다. 그 차이 안에서 점점 힘이 빠지고 또 한 번 좌절을 맞닥뜨렸다.      


 그런데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숨어도, 애써 외면해도 나와 함께 하는 운동을 기다려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마저 외면할 수는 없었고, 다시 천천히 시작하면서 전보다 훨씬 큰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음을 열고, 조금은 내려놓고 돌아보니 내가 가진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운동을 사랑하는 나, 함께 운동한 사람들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는 나, 성공적인 몸매 관리로 자존감이 높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함께 자존감이 올라가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유능한 트레이너 말고, '건강한 언니'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남기고 싶어 졌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뤄왔던 나의 '운동기’를 쓰기 시작했다. 열띤 응원과 조언을 주는 사람을 만났고, 함께 나누며 더 큰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제 건강한 언니의 10년 노하우를 하나씩 공개하려 한다. 누구라도 좋다. 건강한 언니를 찾아주는 이라면 반드시 건강해질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