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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 쓰는 보디빌더 Nov 08. 2019

특명! 그녀를 설득하라.

근육운동을 너무나 싫어하는 여성들에게

 정각 1분 전, 사무실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고, 웃으며 큰 소리로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회원님!” 그런데 돌아오는 그녀의 표정이 그날따라 씁쓸한 ‘썩소’였다. 두 손에 쥐고 있는 종이를 보고 한숨을 뱉었다. 그녀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인바디’ 용지였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했다.    


 그녀는 나와 운동을 시작한 지 2달 정도 되었다. 원래 혼자서 오랫동안 해왔었는데 효과를 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나를 찾아왔었다. 울퉁불퉁한 몸은 싫으니 근육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지방만을 빼고 싶다고 했다. 목표에 맞는 운동을 설계해드렸다. 하지만 그녀는 근육운동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스쿼트를 해도 하체가 굵어지면 어떡하냐고 걱정했고, 어깨 운동이라도 할라치면 어깨가 울룩불룩 커지면 안 된다고 다른 운동을 하자고 했다. 그래서 여태껏 유산소처럼 느낄 근육운동을 준비해왔었다. 참 난감했다. 그녀는 식단조절을 너무 오래 했고, 근육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사실 근육량 증가는 유도한 일이었다. 다만, 15주쯤 지났을 때 측정을 해서 근육량이 늘어도 지방이 빠져서 예뻐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조바심 난 그녀를 설득하기엔 부족했나 보다.

    

 그녀는 어떻게 된 거냐고 닦달하기 시작했다. 멘탈이 흔들린 것부터 안심시키기 위해 운을 뗐다. “회원님은 과거에 운동을 배웠던 경험이 있으시고, 아직 30대이기 때문에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량이 빠른 폭으로 올라갑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 보다 더 많은 양이 올랐어요. 이건 축하할 일입니다. 속상해하실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여성 분들은 근육량이 올라도 우락부락해지지 않습니다. 여성 호르몬 때문에 우리는 만들고 싶어도 엄청 힘들어요.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그녀의 동공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근육이 늘면 몸이 부은 느낌은 있지만, 그것은 회복의 과정이라고 체중은 곧 돌아올 것이라 했다. 나의 말이 그다지 위로가 되지 못했는지 그녀는 울먹이며 이제 어떡하냐는 말만 반복했다. 진짜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녀처럼 유산소운동과 식단만으로 감량을 시작하면 초반의 체중은 쉽게 떨어진다. 땀을 통해 수분이 계속 배출되고, 식사량이 줄어드니 몸의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다. 대신 이 패턴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숫자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근육운동이 필요하다. 근육을 쓰면 열을 내고 에너지를 배출한다. 한번 열을 내면 최대 72시간까지 지속하므로 가만히 쉬는 동안에도 계속 에너지 소비가 일어난다. 게다가 근육운동을 지속해서 근육량이 늘면 기초대사량까지 높아진다. 장기적으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다이어트가 가능해진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그녀는 깊은 한숨을 쉬고 동공이 제자리를 찾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인바디를 받아들고 추가 설명을 했다. 우리 몸은 많은 대사작용을 한다. 그 중에서 근육이 느는 것은 ‘합성’이고, 지방이 빠지는 것은 ‘분해’작용이다. 그러나 우리 몸은 한꺼번에 2가지 작용을 못 한다. 눈을 깜빡이면서 키보드를 치는 일은 전혀 다른 팀의 업무지만 근육이 늘고 지방이 빠지는 것은 ‘에너지’를 다루는 하나의 부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나의 팀에 큰 프로젝트가 잡히면 다른 일에 힘을 덜 주게 되는 이치와 비슷하다. 다이어터의 마음에는 지방부터 빠지고 근육이 늘었으면 좋겠지만 상대는 ‘저축왕’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근육이 전혀 없던 그녀의 경우,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량이 ‘증폭’에 가깝게 늘어난다. 게다가 현재 그녀의 상태는 지방량이 넘쳐나는 고도비만도 아니었다. 몸은 더욱 ‘체지방 사수’에 애썼을 것이다.     


  나는 일부러 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여기를 보면 체수분과 단백질, 무기질, 제지방량과 골격근의 양을 보시면 수치가 훨씬 올랐습니다. 반면 내장지방 레벨은 떨어졌지요? 잘 드시고 근육량도 많이 늘었지만, 오히려 불필요한 내장지방이 줄었습니다. 내장지방이 줄어들어서 양호한 범주에 들어가면 회원님이 원하시는 피하지방(우리가 생각하는 살)도 빠질 거에요. 회원님은 근육이 늘어야 지방이 빠진다니까요?” 그제야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그날은 운동을 전혀 진행하지 못했지만, 그때부터 그녀는 웨이트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웨이트 벨트(고중량으로 운동할 때 허리를 보호하기 위한 벨트)까지 사서 왔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는 나와 함께한다. 내년 2월엔 보디 프로필을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합성’과 ‘분해’가 반복되지만, 이제 힘들어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녀의 몸은 진행형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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