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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쓰는 보디빌더
Aug 04. 2020
다이어트=닭가슴살?
트레이너가 말하는 단백질 #1.
‘*갓집 양념 통닭’ 이란 가게가 우리 집 건물의 1층에 있었다. 닭을 자주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나는 조리방법에 상관없이 닭을 사랑했다. 닭의 알, 백숙, 튀김, 구이, 심지어 닭이라면 그의 발도 좋았다. 시간이 흐르고 20대에 운동을 시작했다. 다이어트 식단의 대표 식품이 ‘닭가슴살’ 이란 것은 너무 기쁜 일이었다. 사랑해 마지않는 닭고기를 매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다이어트’를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마저 주었다. 하루에 손바닥만 한 닭가슴살 6~8 덩이(약 1.2~2kg), 달걀은 이틀에 한판을 먹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거라면 평생 먹을 수 있어.’ 했다. 그러나 닭고기에도 평생 먹을 수 있는 총량이 정해져 있었던 걸까. 20대 중반 나는 닭을 끊어야 했다.
어느 날부터 더는 몸에서 닭을 받아주지 않았다. 닭을 먹은 날이면 온몸에 열이 났다. 위장이 타들어 갈 것 같고, 아랫배는 아픈데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손과 발, 얼굴이 팅팅 부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증상이 계속되자 닭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한의원에 간 김에 물었더니 닭이 내 체질에 맞지 않아서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은데, 맞지도 않는 것을 매일, 그것도 굉장한 양을 먹어댔으니 탈 나는 것이 당연하다며 닭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닭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데다가, 다른 건 몰라도 닭가슴살만큼은 ‘주식’으로 먹는다 해도 과언이 아닌 헬스 트레이너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몸에서 받아주지 않는데 계속 먹는다는 것은 몸을 망치기로 작정한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닭을 끊고 다른 단백질 식품으로 대체했다. 인체 흡수율이 높고, 근육을 합성하는 데에 좋은 단백질은 보통 ‘동물성 단백질’인데, 주로 육 고기를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닭을 못 먹으니 소나 돼지로 대체해야 했다. 소고기는 최소한 내 입에서는 쉽게 물리기도 하고, 비싸다. 반면 돼지고기는 맛있고 싼 편이지만 지방이 많아서 다이어트나, 근육량 증가 면에서 적합하지 않았다. 내가 찾은 최선책은 비교적 지방이 적은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사서, 삶아 먹는 거였다. 말이 쉽지, 매번 몇 시간씩 삶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번거롭고 시간도 없어서 점점 식단을 챙기지 못하기 일쑤였다. 어떻게든 단백질을 먹어 보려고 두부, 콩, 생선을 챙기거나 아주 가끔 달걀 한두 알도 먹어줬다. 정말 여의치 않을 때는 단백질 셰이크도 챙겨 먹었다. 처음엔 확실히 닭을 먹을 때보다 체내 단백질량과 근육량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석 달쯤 지났을 까, 점차 근육량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할 때, 닭가슴살부터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이어트를 비롯해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첫째로 찾는, 닭가슴살은 구하기 쉽고,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 조리법이 간편하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좋다. 게다가 흡수율이 높은 편인 ‘동물성 단백질’ 임에도 닭가슴살에는 지방은 거의 없이 거의 단백질과 수분만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만 목메면 나처럼 영원히 닭을 못 먹는 수가 생긴다. 사실 나는 내게 닭이 안 맞아서 닭을 못 먹게 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설령 닭이 아닌 소고기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세상에 ‘완전식품’은 아직까지는 볼 수 없기(달걀이나 우유도 '세상 모든'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졌다) 때문이다. 식품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고, 상호작용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식품을 섭취한다. 한 가지 식품만 고집한다면 신체 내에 충분한 영양소를 채우긴 어렵다. 단백질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주변엔 수많은 단백질 식품이 존재한다. 반드시 닭이 아니어도 다이어트는 할 수 있고, 근육량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트레이너로서 조금 세게 말한다면, 닭만 먹어서 다이어트를 할 바에는 다이어트 안 하는 것이 건강 면에서 훨씬 낫다. 다양하게 다채롭게 먹으면서도 다이어트는 할 수 있다. 항상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그러니 닭가슴살만 고집하지 말자. 우리는 닭가슴살을 안 먹어서 다이어트를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달고 기름진 것과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줄이고, 닭가슴살을 비롯한 다양한 단백질 식품 섭취를 늘리며, 신선하면서 다양한 음식 섭취를 늘리는 것이 다이어트를 성공하는 길이다. 닭가슴살 주문은 조금 천천히 해도 좋다. 평생 닭가슴살만 먹고살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