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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3. 2020

#25. 저물어가는 햇빛으로 완성되는 마을, 카멜

[4일차_카멜 바이 더 씨]

이번 여행을 하면서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지만 종종 아쉬운 경우가 있기도 했다. 바로 이동 시간에 대한 고려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점이다. 이동시간을 고려해서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일찍 출발하는 조절이 필요했는데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 사실은 '솔뱅'이라는 덴마크 풍의 마을에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운전을 하며 가다 보니 시간에 쫓겨, 어느덧 저물어가는 해에 못 이겨 목적지만 보고 달렸던 터라 잠시나마 들를 엄두를 내지도 못했었다.

Camel, CA, USA

그러다 보니 숙소가 위치한 '몬터레이'에 진입하기 직전에 있는 작은 마을 '카멜(Camel by the sea)'에는 꼭 가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빅 서에서 이미 해가 조금씩 기울어가는 것을 알아차렸고, 서둘러 카멜에 도착했을 때에는 일몰이 매우 근접한 듯했다. 그렇게 다급하게 도착한 카멜에서,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카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따로 별도의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길 곳곳마다 일정 시간 동안 주차를 허용해주는 표지가 되어 있어서 카멜 도서관 옆 도로에 안전하게 주차를 했다. 얼른 차에서 내려 도서관까지 걸어가며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켜 영상을 찍었다. 눈으로 본 그 감동의 광경 그대로 전해지지는 않지만 따스한 금빛 햇살이 아기자기한 건물과, 울창한 나무들에 반사되어 퍼지는 광경이 충분히 전해지는 것 같다.


카멜은 아주 작은 동네다. 해안도시 어디나 그렇겠지만 멋진 바다를 옆에 두고 생겨난 휴양지의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예쁜 건물들, 아기자기한 레스토랑들, 기념품 가게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마을 전체가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가로수는 울창하고 곳곳마다 빈 곳 없이 정원으로, 꽃으로, 풀들로 채워져 있었다. 조용한 작은 도시가 매우 풍요롭고 포근하게 다가왔다.

낮의 카멜은 본 적이 없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해 질 녘의 따스한 금빛 햇살을 머금는 카멜의 모습이 하루 중 최고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이다. 나무도, 건물의 지붕도, 벽도, 유리창도, 사람들도 모두 금색 빛을 받아 각자의 색을 더 진하게 빛냈다. 낮에 방문했더라면 '아기자기하고 예쁘네' 한 마디로 끝냈을지 모르는 평가가 해가 완전히 지는 그때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그 아름다움을 조금 더 설명할 수 있으려나.

미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1분에 한 번 정도는 마주하는 STOP사인이다. 카멜의 STOP사인은 왜인지 더 상냥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STOP사인이 주는 그 엄중함과 강력함은 그대로 살아 있지만, 표현이 조금 더 부드럽고 온화하다고 해야 하나, 미국에서 운전을 하면서 가지고 있던 긴장감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듯한 표지판이다.

가게의 불이 하나씩 켜지며, 곧 금빛을 내어주던 태양이 저물 것이라는 것을 알렸다. 가게와 식당의 조명들이 대부분 해 질 녘 태양 빛과 비슷했다. 해가 지고 밤이 되기를 아쉬워하는 금색 태양 빛 일부가 가게에 남아 한동안 불을 밝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어느덧 해는 저물었다. 붉던 하늘은 점점 푸른빛으로 식어갔고, 카멜의 거리는 또다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두워졌지만 어둡지 않은 카멜의 거리를 조금 더 걷다가 얼마 남지 않은 최종 목적지 '몬터레이'로 얼른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한 번 더 카멜을 방문하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식사도 한 번 하고 싶고, 해안가에 내려가 바다를 더 오래 바라볼 것이다. 큰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금빛 햇살을 맞으며 커피도 한 잔 하고 싶고, 어둑해진 카멜의 골목에서 맥주도 한 잔 들이켜고 싶다. 이러한 풍경 속에 위치한 아늑한 숙소에서 카멜의 하루를 전부 겪으며 바라보고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최고의 풍경을 선물해준 카멜을 뒤로하고 다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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