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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3. 2020

#26. 이게 얼마 만에 갖는 여유로운 저녁이야

[4일차_몬터레이]

이미 해는 졌고, 카멜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몬터레이에 도착했다. 고속도로 출구를 나오자마자 얼마 가지 않아 예약해 둔 숙소가 나타났다. 이번 숙소 역시 큰 숙박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는 Inn 형태였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짐을 정리했다. 옷을 갈아입고 사진 찍은 것을 정리했다. 하루 종일 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오느라 데이터가 터지지 않았던 탓에 각종 알림 문자들이 쏟아졌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몬터레이에 늦은 오후쯤 도착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늦은 오후란 해지기 전인 4~5시다. 그러부터 두 시간 정도 늦어졌으니 몬터레이의 밝은 모습을 볼 기회가 사라졌다. 내일 아침이면 일찍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떠나기 위해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째 운전으로 인해 예상과는 다른 일정을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늦었지만 몬터레이의 거리로 나가 식사를 할까 고민을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1410 Del Monte Center  Monterey, CA  93940  United States

지도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멀지 않은 거리에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가서 구경도 좀 하고, 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저녁 먹을 것을 사 와서 해결하기로 했다. 문 닫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아 얼른 차에 올라 출발했다.

주차장에 내려 마트를 찾아 돌아다니던 중, 반가운 곳을 마주했다. 바로 Apple Store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을 비롯한 다양한 애플 제품을 즐겨 사용하는 터라 애플 스토어를 만나면 꼭 들러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곤 했다. 사실 이번 여행을 오기 전부터 사고 싶었던 물건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폰에 케이스처럼 끼워 사용하는 '스마트 배터리 케이스'다. 튼튼하고 두꺼운 케이스 모양인데, 뒤가 불룩하다. 대용량의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휴대폰을 사용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배터리 걱정에 구매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16~17만 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 때문에 고민만 하다가 여행이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조금 저렴할까 싶어 인천공항 면세점 곳곳을 다녔지만 아무 곳에서도 이 제품을 팔지는 않았다.

Apple (apple.com/kr)

애플 스토어에 가니 이 제품을 색깔별로,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케이스를 마음껏 장착해보고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착용을 실제로 해보니 투박할 것 같다는 걱정도, 많이 무거워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너무 두꺼워서 불편하지 않는까 하는 걱정이 괜한 걱정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너무 좋았다. 바로 구매하고 싶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가격은 굉장히 비싼 편이었다. 물론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했지만 단번에 구매하기에는 고민스러운 가격임에는 틀림없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그냥 밖으로 나왔다. 케이스를 바로 구매하자니 왠지 합리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우선은 문을 닫기 직전인 Whole Food라는 마트로 향했다. 오늘 저녁에 먹을 식사 거리와 내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서 간단하게 먹을 간식과 음료를 함께 사기로 했다.

샐러드 박스를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박스 모양으로 된 일회용 용기에 샐러드나 간단한 요리를 마음대로 조합하여 담을 수 있었다. 우리는 채소 샐러드, 파스타, 치킨 등 정말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담았다. 두 박스를 구매했다. 함께 먹을 음료와 초밥도 함께 샀다.

간단하게 먹으려고 마트에 갔는데, 사실은 더 푸짐하게, 더 취향에 맞게 잘 먹은 것 같았다. 가격도 나가서 사 먹는 것보다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래도 편안한 숙소에서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먹는 식사가 더욱 편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밤은 바쁘게 이동하고 피곤한 상황이 계속되었었다. 정말 오랜만에 동네 쇼핑몰에 가서 구경도 하고, 편안하게 밥도 먹고 하다 보니 새 시작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행 전체 일정의 반이 지나가는 날이었다. 적당하게 때마침 찾아온 휴식 덕분에 남은 일정을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힘들게 몰아붙여도 아쉬움이 가득 남는 게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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