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y Feb 04. 2020

#27. 여행 중이라도 평범한 아침은 항상 소중해

[5일차_몬터레이]

전날 저녁 오랜만에 평범한, 여유로운 식사와 휴식 시간을 보내서인지 아침이 유독 상쾌하게 다가왔다. 마침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떠나야 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고자 했었는데, 상쾌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찍 일어났음에도 피곤하거나 찌뿌둥한 기운은 없었다. 몸 상태도 최고, 기분도 최고, 덩달아 날씨까지 최고였다.

저렴하지만 Inn 숙소에서는 대부분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조식을 잘 챙겨 먹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상쾌한 시작을 위해 식사를 먹으러 갔다. 건물 한쪽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조식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

몇 가지 종류의 빵과 수프, 우유와 시리얼, 오믈렛을 취향에 따라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커피와 주스, 요거트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아침을 푸짐하게 먹는 편은 아니라 적당히 가지고 오려는데 구석에 있는 한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속으로 '이건 꼭 먹어야 해'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즉석에서 와플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기계였다. 가운데 정수기처럼 생긴 곳에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다 대고 반죽을 담는다. 그 반죽을 좌우에 있는 와플 팬에 잘 부어 뚜껑을 닫으면 그만이다. 뚜껑을 닫은 뒤에 와플 팬을 180도 돌리면 자동으로 타이머가 시작된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타이머가 끝나면 바로 맛있는 와플이 완성되는 것이다. 취향에 맞게 버터나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으면 이보다 더 든든한 식사가 또 있을까.

든든한 아침식사를 기분 좋게 마치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체크아웃 시간은 한참 남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더 서둘러 이동해야 한다. 급하게 차에 짐을 싣다가 어제 마트에서 산 술병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바닥에 흥건하게 깨져버렸다. 당황스럽거나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조금 웃겼다. 먹어보지도 못하고 다 사라져 버린 술이 아깝기도 했지만 '다른 일이 더 잘되려고 그러나 보지'하며 웃어넘길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한 덕분인 것 같았다. 종이가방 속에서 깨져버린 덕분에 파편을 치우고 정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참 다행이었다.

아, 그리고 마침 애플 스토어 오픈 시간이길래 들러 케이스를 샀다. 기분 좋게 구매했다. 아침 먹기 직전에 내가 가진 달러들을 계산해 보았는데 달러로 구매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합리화가 끝났기 때문이다. '나는 이걸 사서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어'라는 합리화 과정을 거쳐 구매를 한 것이다. 적혀있는 가격에 추가로 세금이 붙는다는 점, 세금이 추가로 붙으면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살짝 주춤하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조금 저렴했기 때문이다. 오늘 기분 좋은 아침에 정점을 찍는 축포 같은 느낌이었다. 오예.


이제 진짜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향해 떠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26. 이게 얼마 만에 갖는 여유로운 저녁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