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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5. 2020

#29. 뒤돌아서기 힘든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첫인상

[5일차_요세미티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얼마쯤 운전했을까 바위로 된 관문이 나타났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펼쳐져 있다는 요세미티에 왔다는 것을 이 관문 하나를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리라 기대하며 관문을 통과했다.


사실 운전을 하면서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사실상 도착한 것은 맞는데, 그저 이런 숲 길 드라이빙을 원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 중에도 '요세미티 계곡'이라고 불리는 중심 협곡에 들어가는 것이 오늘의 목표였다. 산 속이라 해는 일찌감치 저물어가고 있었고, 그럴수록 마음은 더욱 급해져 갔다.

조급한 마음을 달래 가며 십 분 가까이 더 달렸을까, 나는 굉장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조급했던 마음은 조바심으로 바뀌어갔다. 어서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저 엄청난 광경을 샅샅이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곳에 안전하고 넓은 갓길 주차장이 나타났다. 당장 차를 세우고 휴대폰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노을도 사라지고 이제는 점차 푸르스름 변해가는 하늘이었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 그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인 듯했다.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우뚝 솓은 바위들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감동적이었다.

비교적 늦은 시간이라 이제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들어오는 차들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도로에는 차들이 전혀 다니지 않았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그저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뿐이었다. 전혀 고요하지 않았다. 붐비는 도시의 소리와 비교한다면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조용한 곳에서 작은 소리들이 크게 다가왔다.


시냇물이 아직 얼지 않아 조금씩 흘러가려 여기저기 부딪히는 소리, 산에 있는 무언가가 이따금씩 굴러 떨어지는 듯한 소리, 추위도 이겨내는 청설모가 움직이며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조용하지만 전혀 고요하지는 않았다.

원래는 오후 3~4시경에 도착하여 이곳저곳 몇 가지 뷰 포인트를 다녀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곳, 가보지 못한 곳들을 다음 날 오전에 방문하기로 계획했었는데 조금씩 일정이 밀리다 보니 더 이상 뷰 포인트를 돌아다니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다시 차를 타고 숙소에 체크인을 하러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차를 타고 코너를 돌자마자 다시 차를 세워야 했다.

요세미티의 마스코트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한, 내가 사용하는 맥북의 공식 배경화면이기도 했던 하프돔(Half Dome)이 얕은 시냇물 저편으로 보였던 것이다. 날도 흐리고 해도 저물어서 뿌연 상태였지만 그 거대한 존재감만큼은 숨길 수 없었던 듯하다.


도착한 첫 오후에 돌아다니기로 했던 일정이 꼬여 살짝은 섭섭하기도 했었는데, 하프돔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나니 마음이 싹 풀렸던 것 같다. 야간에 은하수 걷기 투어를 예약해 두었는데 그때 조금 더 색다른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다시 숙소로 향했다.

9006 Yosemite Lodge DrYosemite National Park, CA 95389United States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가장 핵심은 요세미티 계곡이다. 그 요세미티 계곡 안에 위치한 '요세미티 밸리 로지'를 운 좋게 예약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여 얼른 체크인을 한 뒤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해는 저물었지만 저녁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참 많았다. 저녁 식사를 얼른 하고 8시 30분부터 시작하는 은하수 걷기 투어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큰 감동을 추스르며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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