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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Mar 09. 2020

#43. 여행도 기록도 마무리되고

[여행후기]

쭉 써온 글들을 읽어보니 한 달 이상 여행을 하고 온 사람의 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주일의 기억들로 벌써 마흔세 번째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글을 적어 내려 가면서 이번 여행을 한 번 더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갔던 장소를 하나씩 되돌아보며 다시 방문하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그 장소에 있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그런 생각들을 느끼고,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곤 한다. 


일주일에 걸친 여행, 그리고 그를 돌아보는 약 두 달 가까운 또 다른 여행도 이제 마무리되고 있다. 평소 여행을 다녀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참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실천으로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교 입학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떠났던 일본 여행기를 온라인 여행 카페에 요약해서 올렸던 것 말고는 말이다. 


여행을 참 잘 다녀왔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공간을 방문하는 그 설렘과 오묘한 떨림이 좋았다. 그 떨림은 어느새 익숙함이 되고, 그 익숙함 속에서 나는 안정을 찾아냈다. 마치 이 곳에서 쭉 살아왔던 것처럼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했다. 참 웃기다. 어쩜 이렇게 마음이 쉽게 쉽게 뒤집히는지. 아무튼 마음이 쉽게 안정을 찾아감에 따라 여행은 두 배, 세 배로 즐거워졌다. 


여행을 하면서도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했다. 방학 기간이었고, 아니 학년도 일정이 모두 끝나 아이들을 종업시킨 뒤였음에도 나는 선생님이었다. 시차 적응으로 잠을 못 이루다가 간신히 잠든 새벽녘에 아이들로부터 날아든 문자 메시지에 답을 해줘야 했다. 너무나도 심각하게 EBS 방학생활 영상을 어디서 볼 수 있는지 한 번 더 안내해 달라는 10살 아이들의 연락이었다. 내가 영상 찾아서 보기를 방학 숙제라고 내어 줬으니 아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궁금했을 것이다. 


그렇게 여행을 하는 종종 내가 선생님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더 알차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여행도 기록도 끝나가는 게 맞긴 한가보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게 별 이야기를 다 적어 내려가고 있다. 나도 참, 내심 아쉽긴 한가보다. 


이렇게 이번 여행을 기록하는 글을 마무리지을까 한다.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면 그때도 꼭 지금처럼 기록을 하고 싶다. 기록의 소중함, 과정의 즐거움, 결과의 뿌듯함을 다시 한번 느꼈으니 말이다. 


다음 여행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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