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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Mar 03. 2020

#42.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느낌, 시차 적응

[여행후기]

이번 여행을 통해 제대로 된 시차 적응을 처음 겪어보았다. 계절이 반대였던 적은 있었어도 낮과 밤이 어중간하게 어긋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 사실 걱정과 기대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먼 곳을 여행하면서 시차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들었던 터라 궁금증이 참 많았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예약하면서부터 시차가 체감되기 시작했다. 분명 금요일 점심이 지나서야 비행기가 출발했는데, 도착한 미국의 시간은 또다시 금요일 이른 아침이었다. 비행기를 예약하면서 '시간을 벌었다'는 기쁨에 혼자만의 환호를 했다. 하루를 번 것처럼 느껴졌으며, 하루의 일정을 아침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여행에서 어떤 메리트가 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기 안에서는 무조건 잠을 푹 자야만 했다. 한국 낮 시간에 출발하여 10시간이 지난 한국 새벽시간에 미국에 도착했을 때 내 몸은 한창 잠에 들고 싶어 하는 상태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해가 밝아오는 아침. 무조건 비행기 내에서의 꿀잠이 필요했다. 


이번 여행을 기록한 글들을 쭉 읽어왔다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에서는 거의 단 한 숨도 못 잤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는 평소보다 빠르게 아침을 맞이했다. 아침부터 LA에 도착하는 바람에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일정을 소화해내야 했다. 거의 이틀을 꼬박 깨어서 지나 보낸 후에 맞이하는 미국에서의 첫 밤은 인생 최고의 꿀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피곤에 지쳐 눈을 감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이 드는지도 모른 채 잠에 들어버렸다. 그런데 오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또렷하게 정신이 들어 휴대폰을 확인해보면 새벽 1시였고, 억지로 잠에 들고자 눈을 감아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몸은 거의 평생을 지내온 한국 시간에 맞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3일 정도를 고생했던 것 같다. 아무리 피곤해도 새벽에는 저절로 눈이 떠지곤 했다. 낮에는 항상 잠이 쏟아지고 말이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시차에 적응이 되어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찾아갈 때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미국 시간으로 한 밤중에 비행기를 타게 되고, 나는 미국 시간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바로 잠에 들 것이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면 한국의 이른 아침이 나를 맞이하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비행기를 타서 푹 잘 수 있었고, 도착하니 이른 아침시간이었던 것도 맞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밤에 평소 잠들던 시간에 맞추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고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졸려움 속에 빠져 살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 3~4일 정도 고생을 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는 것에 기대를 하면서도 시차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미국에서 잠도 푹 자지 못하고, 낮에 하루 종일 졸려워하면서도 큰 불평불만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풍경들과 환경이 시차 문제를 이겨낼 만큼 매력적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찌 보면 엄청난 의지로 피곤함을 무릅쓰고 이겨낸 것이 아닌가 싶다. 몸과 머리가 제 멋대로 따로 돌아다니는 듯한 시차 적응, 앞으로도 얼마든 이겨내 볼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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