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y Feb 28. 2020

#41. 이제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시간

[8일차_샌프란시스코-인천]

끝났다. 계획했던 시간들도 일정들도, 전부 끝났다. 마음속으로 수 백번도 넘게 '며칠만 더 길게 일정을 잡을걸'하는 생각을 했다. 떠나고 싶다고 훌쩍 며칠 떠나올 수 없는 먼 곳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쉬움이 더 커졌던 것 같다. '7일 동안 힘들게 돌아다니다 보면 마지막 날쯤엔 아쉽긴 해도, 피곤하고 힘드니까 얼른 집 가고 싶을 거야'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던 나를 자책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큰 규모였지만, 각 터미널들이 거대하지는 않았다. 일정 크기의 터미널들이 각각 오밀조밀 모여서 큰 하나의 국제공항을 이루는 느낌이었다. 늦은 밤 출발하기로 되어 있는 비행기여서인지 심사와 보안검사를 위한 줄은 길지 않았다. 얼마간 기다렸을까 어느덧 탑승 시간이 되었다. 정말로 떠나야 하는 시간. 처음 와본 미국의 일상 풍경도 이렇게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과거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는 게 아쉬웠다. 

흔들리고 번진 빛들이 가득한 마지막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다.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에 출발한 터라 너무 졸려웠음에도 바로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이번 여행을 한 번 다시 머릿속으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날 공항에 가며 갑작스럽게 맞이한 멀미부터 긴장감 가득했던 미국 입국 심사가 마치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 처음 LA 국제공항 문을 열고 나와 마주한 미국의 바쁜 아침 모습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영어 가득한 그 모습도, 엄청난 자연 풍경도 아무렇지 않게, 마치 당연한 듯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려는 아쉬움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미국으로 떠날 때보다 3시간 정도 더 길어진 비행시간이었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쉬움을 곱씹다 보니 어느새 잠에 빠져버렸다. 미국 시간 자정이 지난 시각이라 그런지 잠이 쏟아졌다. 얼마간 잠을 잤을까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을 때는 다시 기내식 시간이 되어 있었다.

보통 졸렵거나 자다 일어났을 때에는 음식 생각이 잘 나지 않는 편인데, 비빔밥을 보는 순간 입맛이 확 살아났다. 멀미 때문에 잘 먹지 못했던 첫날과는 다르게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는 순식간에 끝이 났고, 또다시 서서히 조명이 어두워졌다. 

어느새 비행기는 다시 한국 땅을 밟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로 여행의 마무리를 짓는 순간이었다. 비행기는 어느 때보다도 부드럽게 착륙을 했고, 새벽 5시쯤 한국에 도착하였다. 


이번 여행을 돌아보면 불만이 생겼던 때가 없었다. 물론 시간이나 거리상의 아쉬움이 느껴진 일정도 몇몇 있었지만 불만이나 답답함 등의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 이번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여행을 잘 포장하여 정리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 뿌듯하고, 생기 넘치고, 만족스럽고, 화려하고, 웅장하고, 따뜻한 여행이었는데 이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참 좋은 여행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40. 마지막 만찬, 대망의 오이스터 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