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속 인간들
나는 씻을 때나 깜빡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애플워치를 차고 생활한다. 처음 애플워치를 착용하기 시작한 때는 2016년 12월이었다. 군대를 전역하고 큰 마음을 먹고서 애플워치를 구매했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며 구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번 봄에 새로 나온 애플워치를 추가로 구매하여 사용중이다. 낮시간 동안에는 새로 구매한 애플워치를 착용하고, 집에 와서는 자는 시간을 포함하여 이전에 사용하던 애플워치를 착용한다. 애플워치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항상 애플워치를 사용해서 좋은 점을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딱히 좋은 점을 말해주지 못한다. 사실 뭐가 되게 좋아서 사용한다기 보다는 이제 없으면 불편해 졌기에 사용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의 24시간 가까이 착용하는 애플워치가 이번에 새로이 업데이트 되었다. 여러 가지 추가된 기능과 발전된 성능을 보여주었지만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기능은 따로 있었다. 바로 청각 건강에 관련된 기능이다. 휴대폰이나 여러 다른 기기들과는 다르게 시계는 항상 내 몸에 붙어 있다. 내가 어디에 가고, 어떠한 상황 속에 있던지 항상 함께 한다. 그러면서 소음을 끊임 없이 측정하고 분석한다. 그렇게 받아들여진 소음 정보를 가지고 내가 관리할 수 있도록 여러 알림과 정보를 띄워준다. 이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난 뒤에 나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심각한 청각 손실을 일으킬 수 있을만큼 충분히 큰 소음에 평균보다 긴 시간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하는 내용과 비교하여 경고 알림이 뜬다. 내가 매일 마주하는 소리들은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기에 일주일에 4시간 이상 들었을 때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청각 손실이 우려되는 수준의 소리였다. 그 소리는 종종 도로에서 마주했을 때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큰 소리를 뿜어내며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보다도 큰 소리였다.
친절하게도 휴대폰에서는 여러 그래프를 포함하여 더욱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귀는 보통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경까지 100데시벨을 넘나드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어왔다. 3시 이후부터는 소리 수치가 반으로 줄어든다. 이 그래프를 보면서 소리의 원인을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생활하는 시간에 청각 건강을 위협하는 수치가 높아진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수업 시간의 일부분을 할애하여 아이들이랑 함께 그래프를 살펴보았다. 이제 갓 막대그래프를 배우는 아이들이기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 같았다. 그래프를 보면서 배운 내용 그대로 분석을 시작했다. 제목을 보며 무엇에 관련된 그래프인지 알아보았다. 가로 세로의 이름을 보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았다. 각 그래프가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를 보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보통의 그래프 해석과는 다르게 내가 한 마디 덧붙였다.
“선생님이 차고 있는 시계에서 우리 반 소리의 크기를 자동으로 재고 있었어요. 선생님은 여러분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아무리 못해도 2~3미터 정도 떨어져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한테 알림이 떴어요. 지금만큼 큰 소리가 계속되면 사람의 귀에 상처를 줄 수 있대요. 여러분은 여러분끼리 모여 앉아있는데, 아무래도 선생님보다 더 큰 소리를 듣고 있을 것 같지요?” 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조용히 하자거나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자거나 하는 등의 말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조금은 당황하는 표정을 보였다. 직접 소리를 낮추어가자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본인들 스스로 무언가를 깨달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운동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심박수를 재왔다. 그게 건강인 줄 알았다. 시력을 정기적으로 재고, 건강검진을 받으면서도 청각 건강에 대한 검진은 너무나도 단순했다. 그저 오른쪽, 왼쪽 헤드폰에서 나오는 소리에 맞추어 손을 들고 내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 우연한 기회에 청각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내 청각의 안전뿐 아니라 모두의 청각 안전을 위해 조금씩 인식을 바꾸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안그래도 요즘 “응?”, “뭐라고?”라며 되묻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흠.. 기분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