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선생님이 되고 직업병이 생겼어요

by Trey

나는 군 생활을 경찰서에서 보냈다. 의무경찰 생활을 하면서 부대가 아닌 경찰서 건물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주로 하는 일은 민원인이 방문했을 때 절차나 담당 부서를 안내하는 일과, 경찰서 내의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근무를 하다 보니 경찰서 정문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차들이 점차 익숙해졌다. 직원들의 차, 경찰서에 있는 다양한 관용차, 자주 방문하는 민원인들의 차 등, 번호만 보아도 누구의 차인지 얼굴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그때 생긴 버릇이 나는 길을 지나다니면 차 번호를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어? 저거 누구 차 아닌가?’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선생님으로 일을 하면서도 직업병처럼 버릇이 되어 버린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가거나 인터넷으로 무언가 검색을 하거나, 혹은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라도 그 상황을 항상 교육활동과 연관 지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즐기기 위해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방문한 곳에서도 ‘이건 아이들한테 이런 단원 진도 나갈 때 보여주면 좋겠다’면서 사진과 영상을 찍는 상황을 자주 겪곤 한다.


대학교 동기는 가족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들도 먹고, 유명한 관광지들도 많이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서 알게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유명한 전통 사원의 무늬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거 대칭 배울 때 보여주면 좋겠지?” 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나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위해 언젠간 사용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두는 경우가 참 많다.


선생님의 다양한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의 학습이다. 꼭 교과의 어떤 단원과 관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아이들의 삶과 행동을 통해 어른인 부모와, 교사들은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그처럼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더 넓은 세상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종종 주말에 다녀온 곳을 아이들에게 사진으로 보여주곤 한다. 꼭 사진을 소개하고 난 뒤에 그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가면 좋은지, 가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면 좋을지를 함께 이야기해본다. 아이들이 언젠가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직접 느끼고 체험해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간접적인 경험이 직접적인 경험과 학습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이러한 직업병을 느끼곤 한다. 작정하고 민속촌에 답사를 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우데기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보도블록을 보면서 테셀레이션(모양 이어 붙이기)을 떠올리고 사진을 찍는 것. 고속도로에서 지나가는 산들이 겹쳐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공기 원근법과 먹의 농담을 떠올리는 것. 우연히 잘 찍힌 사진을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 UCC 영상에 넣기로 나 혼자 마음먹는 것들이 그렇다.


길을 걸어 다니면서, 운전을 하면서 항상 이런 생각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문득 저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좋은 점은 조금은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예시를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정해진 몇 가지의 사례가 아니라, 내가 떠올린 일상 속의 다양한 사례와 상황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호기심을 끌어올리고, 학습에 대한 의욕을 높여줄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예시를 이용하여 아이들의 이해력을 상승시키는데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좋은 점과 교육적 효과를 알고 있지만, 요즘 나는 오로지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두는 것이 전부다. 배우고 있는 내용, 소개하고 싶은 내용과 관련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나중에 써야지 하면서 잊어버리는 것이 많긴 하다. 조금은 더 체계적인 나만의 정리 폴더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문득문득 포착한 사진일지라도 체계적으로 모아둔다면 나만의 근사한 교구 상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상자가 나의 강점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나만의 체계적인 상자를 어떻게 잘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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