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나 학습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관점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지식을 어떻게 형성하고 쌓아가는지를 가지고 여러 학자들이 이론을 만들어내고 책을 쓰고 전파한다.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교에 다닐 때, 혹은 교사가 되어서 이런저런 연수를 통해 그러한 이론들을 수 없이 듣게 된다. 세계적인 큰 이론적 흐름이라는 것이 있긴 하겠지만,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의 특성이나 환경적인 차이가 있는 한 무조건적으로 무엇이 맞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몇 해를 보내고 난 지금,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가장 좋은 방법은 스며드는 것이다. 공부 시작을 외치면서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시작하고 정해진 시간에 끝나는 공부 방법이 아니다. 학교의 수업시간 운영 계획이 있는 한 완전히 공부의 시작과 끝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유연하게 수업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유연한 환경에서 아이들은 호기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호기심과 흥미는 학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 생각한다.
호기심과 흥미를 수업 진행 상황에도 적용하고 싶었다. 이러한 생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내가 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아졌다. 우선 교과서에 나온 자료들은 보통 아이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아이들은 실제로 보고 기억하는 우리 주변의 것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되고, 그렇게 배운 것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학습이 ‘강하게’ 일어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교과서보다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와 닿을 수 있는 자료들을 찾고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국어와 수학, 사회 교과에서 주로 그러한 노력이 필요했다. 공부이긴 하지만 어른들이 생각하는 ‘공부’와는 다른 공부이길 바랐다. 국어 교과서에는 다양한 단원, 다양한 글들이 실려있다. 예를 들어 ‘중심 문장을 찾을 수 있다'는 성취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제시 글들을 이용하여 교과서를 꾸린다. 사실 한 시간 내내 교과서를 펼쳐보지 않더라도, 중심 문장을 찾을 수 있다는 성취 기준만 달성하면 수업은 성공이다. 아이들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재미를 느끼는 소재를 이용하여 글을 새로 만들기도 하였다. 보통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그러한 자료를 공유하기도 한다. 수학 시간에도 수학 교과서에 항상 제시되어 있는 재미없는 사탕 나누기나 기차 타기 등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 특별히 수학에서는 더욱 흥미와 재미가 필요하다. 보통 수학에 대해 어려움이나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 수업에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쭉 그렇게 수업을 구성하고 이어나가고 있다. 다른 선생님이 공유해주신 자료들을 사용하기도 하고, 단원에 따라서는 직접 영상을 잘라 붙여 가며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예전에 대학원에 가고자 하여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교수님의 질문은 이랬다.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생각을 그 당시부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최대한 아이들의 흥미와 단계를 고려하여 공부 같지 않은 수업 자료를 제시하고, 아이들이 배우는 줄도 모르는 채 스며들어 알게 되는 게 가장 잘 가르치고 잘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을 들은 교수님은 이렇게 답하고는 주제를 바꾸어 버렸다. “에휴, 또 저런 애가 왔구먼”
교수님이 원하는 교육에 대한 답변과 정반대로 답을 했음에도 나는 합격을 했다. 하지만 내가 배우고 싶은 부분과 너무나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휴학을 여러 번 하고 나서는 자퇴를 했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가 생각하는 스며드는 듯한 배움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일 수도 있다. 뜬 구름 같은 허무맹랑한 좋은 말 늘어놓기의 연장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교실에서 크게 좌절하거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느낄만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이들도 만족하고 있고,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또한 흐뭇하다. 그렇다고 학습 성취도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쭈욱 밀고 나가보려고 한다. 이렇게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나 또한 배우는 것이 참 많았다. 항상 노력해야 했고, 조금씩 더 준비해야 했다. 매년 조금씩 조금씩 더 성장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