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들도 고민이 있답니다

by Trey

어른들의 눈에 보이는 아이들은 마냥 걱정 없고 해맑은 모습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점차 성장하면서 고민이 많아지고, 걱정을 많이 하게 될 때 어른스럽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누군가는 철이 들었고 의젓하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앞쪽 글에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아이들은 아이다워야 한다.


그런데 어른들이 놓치고 있는 큰 부분들이 있다. 아이들이 걱정 없이 해맑다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사실은 큰 실수다. 아이들은 그 나름대로 엄청난 압박과 고민 속에서 지낸다. 사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니기 때문에 ‘에이 저게 무슨 고민이야.’ 라거나 ‘공부나 해, 나중에 어른되면 다 해결돼’라는 식으로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얼른 어른처럼 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일상의 모든 것이 고민이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몇 명은 아침에 등교하는 길에 항상 걱정이 생겨나는 것 자체가 고민이라며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아침에 화장실 불은 제대로 끄고 왔는지, 집 현관문을 열어두고 온 것은 아닌지, 보이지 않는 휴대폰을 집에서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인지, 혹은 오는 길에 열린 가방 틈 사이로 떨어진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켜져 있던 휴대폰의 데이터 버튼 때문에 데이터를 다 쓰고 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선생님이 나누어준 프로그램 신청 안내장이 반으로 접혔는데, 이것 때문에 신청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등 정말 다양하다.


뭐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되겠지만 저런 정도의 고민은 아이들이 충분히 혼자 부풀리고, 해소하는 경험을 다양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저런 고민은 공부하는데 방해만 된다는 생각으로 어른들이 재빠르게 고민을 해결해주려고만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모든 문제 상황에서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아니 해결을 부탁하려고만 한다. 스스로 다시 행동을 되짚어보고, 대응방안을 생각해보고 진행되는 일에 따라 자기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그러한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른들이 방향을 잡아주거나 조언을 해 주는 정도의 개입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또 다른 고민 중 가장 큰 것이 공부다. 공부라기보다는 성적이겠다. 요즘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몇몇 교과에서는 정해진 틀에 맞추어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단원평가라는 이름으로 매 단원의 성취도를 몇 개의 문항을 통해 점수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시험을 보는 날 아이들은 아침부터 문제를 쉽게 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하곤 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다음과 같다. “시험을 잘 보면 엄마가 OO 사주신댔어요”, “아~ 시험 망치면 부모님한테 죽어요..”


우리 학년에서는 선생님들 간의 협의를 통해서 시험을 보게 되는 경우에 숫자로 몇 점인지 적어서 보내는 것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채점을 해서 틀린 문제, 맞은 문제를 구분하여 가정으로 보낼 텐데 점수를 쓰는지 마는지가 중요하겠냐는 의견도 많았지만 어느 정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어른들이야 20문항 중에 몇 개를 맞았을 때 몇 점이 된다는 것 정도는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3학년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점수를 써 주는 순간 아이들은 그 숫자에만 갇혀버린다. 집에 시험지를 가지고 가서 점수가 몇 점인지에 따라 상을 받거나 혼나지 않고, 어떤 문제에 어떤 실수를 했는지, 다음에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공부를 하거나 조심해야 할지를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30년을 가까이 살아온 나도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고 매사에 걱정이 되곤 한다. 특히나 해보지 않는 분야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인생 10년 차 아이들에게는 대부분의 일들이 해보지 않은 것이다 보니 걱정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모든 어른들에게 ‘아이들이 적당히 고민하고 걱정하고 심사숙고하며 하나씩 극복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말을 하고 싶다. 창의적 인재육성을, 자주적인 어린이를 키우겠다는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어른이 해결해주는 환경을 만들어버리면 아이들은 그렇게 자라날 것이다. 나처럼 창의적인 듯 보이는, 자주적인 듯 보이는 사실은 도움이 간절한 어른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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