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우리는 모두 포노사피엔스

by Trey

이번 여름 3주간 연수를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포노사피엔스’에 관련된 강의였다. 우리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에서 휴대폰을 뜻하는 라틴어 ‘포노’가 결합된 ‘포노사피엔스’로 진화를 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휴대폰이 생존의 필수적인 도구로 이용되는 새로운 인류라는 뜻이다.


사실 나부터도 이미 충분히 포노사피엔스로 진화하여 살고 있는 듯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체중을 재기도 하고, 아침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으로 여러 가지 뉴스나 정보를 살펴본다. 출근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친구들의 지난밤 소식을 탐색한다. 학교에 와서도 스마트폰의 다양한 교육 앱을 이용하여 수업을 하고, 컴퓨터로 이어지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활용하여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에게 만들어서 제시하거나 온라인에 올려 줄 자료들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를 이용하여 만들고, 알림장과 안내장도 온라인으로 발송한다. 퇴근길에 스마트폰 속 정보를 따라 맛있는 식당에 방문하기도 하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운동을 하고는 스마트폰이 측정해주는 수면 분석과 함께 잠이 든다.


나는 스마트폰을 접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2010년 스마트폰이 막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무렵 나도 스마트폰을 손에 장착한 포노사피엔스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학교에서 만나는 우리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모든 세상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해서 돌아가고 있었고, 누군가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아도 너무나도 쉽게 스마트폰을 활용할 줄 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아날로그 방법이 더욱 불편하다. 아이들은 종종 “와이파이가 없었던 때가 어디 있어요.”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 환경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포노사피엔스 강의와 그 책에서 하는 말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류는 언제나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를 하고 있고, 포노사피엔스가 진화의 다음 방향이라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다는 것. 강의를 들으면서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했던 교수님의 질문이 있었다. “한 번이라도 스마트폰으로 해봐라, 스마트폰 가지고 많이 써라, 스마트폰 사줄 테니 잘 써봐라 등의 말을 아이들에게 한 적 있나요? 그냥 무조건 중독될까 봐 “조금만 써라, 쓰지 마라, 잘못하면 뺏길 줄 알아라!”하며 억압하고 막기만 하지 않았습니까?”


스마트폰은 더 이상 아이들 손에서 강제로 떼어낼 수 없다. 그저 우리 어른들이 그런 모습과 상황에 익숙지 않기에,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잘못이라고 막아서는 것뿐이다. 억지로 떼어낼 것이 아니라 잘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사용하도록 해야 하고 충분히 이런저런 시도를 스스로 해보도록 해야 한다. 대신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역할 정도는 어른들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작년에 함께 생활했던 5학년 우리 반 아이들이 방과 후에 교실 뒤편에 모여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얘들아 집에도 안 가고 게임만 하는 거 아냐?”라고 말하며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다. 스스로 네이버와 구글에 검색해가며,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수십 편을 보고, 강의를 찾아 들어가며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 단순한 게임일지라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나누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깨어있는 척하면서도 결국은 교과서에 담긴 10년 전 사람들의 지식을 전달해주는 나보다는 훨씬 앞서있는 듯했다.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장려해야 하면서도 더욱 올바른 방향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그저 스마트폰 중독 예방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그저 ICT 활용 교육이라면서 20년째 타자연습만 반복해서 시험 볼 것이 아니라. 충분히 수업 과정에서 활용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학교에서, 집에서 못하게만 하니까 숨어서라도 몰래 게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어제 숙제를 안 해서 부모님이 스마트폰 기능을 잠가버렸어요 하며 제한과 체벌의 도구로 사용되지 않도록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 학습준비물을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