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고 다양한 학년과 부서로 나뉘어 운영된다. 교사들 중 몇 명을 선발한 뒤, 부장교사의 보직을 임명하여 일 년간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고 있다. 우리 학교는 규모가 큰 학교이기에 부장교사의 수도 많은 편이다. 1~6학년에는 각각 한 명씩 학년부장이 있다. 그리고 교무, 연구, 정보, 체육, 생활안전, 방과 후 등의 부서마다 업무 부장을 한 명씩 임명하였다.
매 달 모든 교직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온갖 연수를 듣는 협의회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사실 대부분의 결정은 각 학년, 각 업무를 대표하는 부장들의 회의, 즉 부장회의에서 심도 깊게 다루어지곤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매주 월요일 오후 3시 30분부터 부장회의를 진행한다. 위에서 말한 부장교사들과 교장, 교감 등의 관리자까지 모두 모이는 회의다.
매주 긴 부장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부장교사들은 회의의 결과를 선생님들에게 다시 안내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학년 부장들은 학년의 선생님들에게 회의 결과를 안내해준다. 또 업무 부장들은 자신의 부서에 속한 선생님들에게 중요한 내용을 전달해주곤 한다. 매주 협의할 내용이 얼마나 많은지 항상 빼곡한 글씨로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워 전달되곤 한다.
나도 어느 부서의 구성원이고, 어느 학년의 구성원이기에 종종 부장회의에 대신 들어갈 때가 있었다. 학년 부장 선생님이 부득이한 이유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거나, 학교에 있지 못하는 경우에 말이다. 그렇게 몇 차례 부장회의에 대신 들어가 경험하면서 꽤 당황스러웠던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자기의 의견만 몰아가려고 한다던지,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한다던지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부장회의가 끝나고 메신저로 정리된 내용을 받아보면 당황스러운 부분들이 종종 있다. 차라리 직접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오히려 서로 마음 편하지 않겠냐고 느껴지는 내용들도 있다. 누군가는 선생님들의 행동을 매의 눈초리로 지켜보다가 부장회의에서 언급을 하는 듯싶다. 한 번은 이런 내용이 적혀있던 적이 있었다. “교실 밖으로 휴대폰 가지고 나오지 않기(선생님들)” 사실 한 번 훑어 읽고는 이해가 바로 가지 않았다. 여러 번 천천히 읽고 나서도 의도가 무엇인지, 결정된 과정이 어떤지, 누구의 주장인지 알아차리기가 힘들었다.
마이크를 쓰지 마라. 절대 교실에서 영화를 보지 마라. 학교 후문을 사용하지 마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일방적인 회의 내용 전달은 사실 명령으로 와 닿는다. 회의에 다녀온 부장 선생님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회의 결과를 전해주면서도 괜히 본인들이 더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대체 부장회의는 왜 있는 걸까. 누군가 힘센 사람이 부장교사들의 입을 빌려 부담 없이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회의를 하는 걸까? 구석구석 더 잘 자신의 명령이 퍼져나가길 바라면서 부장회의를 매주 실시하는 걸까?
정말 회의다운 부장회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부장회의보다는 전교직원이 함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많은 인원이 매번 모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여 온라인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이미 많은 부서에서 의견 취합이나 조사를 하기 위하여 구글 문서를 이용하고 있으며 모두 익숙하게 응답하고 있다. 그러한 점을 조금 더 확대해서 모두가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더 이상 누구 한 사람의 발언 내용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런 회의록을 전달받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