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교사 연구실의 비밀

by Trey

지역마다 학교마다 운영하는 형태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교에는 교사들을 위한 연구실이 있다. 연구실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공동으로 구비해두고 사용하도록 보관하는 역할도 하고, 함께 모여 틈틈이 회의를 하여 학년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끊임없이 이야기하느라 건조해지는 목을 위해 따뜻한 차 한잔을 곁들일 수 있는 카페의 역할 또한 수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는 학년마다 별도의 공간을 두어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렇지 않은 곳도 의외로 많은 듯하다.


이런저런 다양한 역학 중에서도 연구실의 기능 중 으뜸은 아무래도 복사기라고 생각한다. 교실마다 프린터가 있긴 하지만 연구실에 있는 비싸고 큰 복사기만큼 빠르고 쾌적하게 인쇄를 하기는 힘들다. 사실 교실 밖을 나와서 몇 교실만큼을 건너와야 하는 연구실이기에 수업이나 활동 중에 즉각적으로 인쇄를 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수업 준비를 한다거나 쉬는 시간에 미리 복사를 해 둘 때는 참 유용하다. 나는 교실의 컴퓨터를 연구실 복사기에 연결해두었다. 교실에서 미리 인쇄를 눌러 놓고 난 후에 슬며시 연구실에 걸어가면 복사가 딱 끝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그다음으로 연구실의 좋은 점은 다양한 마실거리를 구비해둔 것이다. 사실 올해는 내가 연구실에 여러 마실거리를 주문하는 역할을 맡아서 하고 있다. 믹스커피, 아메리카노, 라테, 보리차, 쌍화차, 현미녹차, 보이차, 얼그레이, 둥굴레차, 녹차라테, 캡슐커피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를 갖추어 놓고 있다. 하루 한 번은 커피를 마시게 되고, 목이 아플 때에는 연근 우엉차나, 생강 도라지차를 끓여 마시곤 한다.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면 왠지 재충전이 되는 것 같다. 다시 교실로 가서 활기차게 생활할 원동력을 틈틈이 얻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연구실에는 각 반의 이름이 붙여진 선반이 한 칸씩 있다. 여기에는 학교에서 배부하라고 보내준 각종 안내장과 자료들이 매일 채워진다. 쉬는 시간이나 종례시간에 나누어 주어야 할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 뒤에 하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따라서 연구실은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하는 안내소의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 연구실은 한쪽 벽면을 아주 커다란 화이트보드로 채워 넣었다. 구석에는 반 별로 성별에 따른 인원수를 적어두었고 남은 넓은 칸에는 각 반에서 사용해보니 좋았던 자료들을 정말 많이 붙여두었다. 가끔 연구실에 들러 화이트보드 쪽을 둘러보면 내가 계획하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 그럴 때 우리 반 인원수만큼 복사를 해서 가지고 간다면 수업이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수업을 업그레이드하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말 그대로 연구실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뒤에 한 차례 회의를 마치고 나면 출출할 때가 종종 있다. 점심으로 국수가 나왔다거나 점심을 예상보다 일찍 먹게 되는 그런 날에 말이다. 그런 날에는 종종 맛있는 간식을 주문해서 먹기도 한다. 치킨이나 피자, 탕수육 같은 음식들을 시켜서 함께 둘러앉아 먹으면 서로가 지내는 이야기를 자연스레 나누게 된다. 어떤 점이 힘든 상태인지 서로 이야기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경력이 많은 분들도 함께 지내기 때문에 저 경력 교사로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참 많다. 연구실은 내가 선생님으로서 또 한 번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 안의 학교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연구실을 정말 좋아한다. 학교 안에 적어도 교실의 반의 반 크기라도 학년의 선생님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개교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신설학교 위원회에서도 설계 상 없던 교사 연구실을 만들어달라고 주장하여 결과적으로 만들기로 변경되었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 스스로 재충전을 하며, 또 한 차례 배우고 성장하는 장소인 연구실을 잘 갖추어두고 내실 있게 운영하는 학교를 자주 마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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