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개인정보 보호가 생명이다

by Trey

요즘 우리나라 어느 회사나 기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학교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에 아주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일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대비를 함께 해야 한다. 그 결과로 개인정보가 실제로 잘 보호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학년 초에 한 장의 안내장이 나간다. 학생과 학부모의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서다. 그 동의서에는 일 년간 우리가 수집하고 활용하기로 계획한 많은 활동들의 내역이 적혀있다. 입학식, 현장체험학습, 운동회, 학예회 등 아이들과 관련되어 이름이 쓰이거나 사진을 사용하거나 하는 계획이 있다면 모두 저 안내장에 포함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학부모들은 교육활동임을 이해하고 너그러이 활용 동의를 하여 제출한다.


그 후로도 매번 안내장을 내보낼 때 주의를 해야 한다. 보통 안내장은 한 번 내보내고 마는 형태보다는, 내보낸 뒤에 다시 서명을 받아 회수하는 형태가 더 많다. 그렇다 보니 학생의 학년, 반, 번호, 이름, 학부모의 이름, 간혹 전화번호까지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도 작은 칸을 만들어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련된 교직원 연수도 많이 들어야 한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개인정보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관련된 연수를 다 함께 모여들어야 한다. 따로 강사가 와서 설명을 해주는 경우도 있고, 교감선생님이 직접 배워온 내용을 전달해주는 경우도 많다. 보통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선생님들의 반응이 ‘아 저것도 안되는 거였어?’ 일 정도로 개인정보의 세계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다.


수요일마다 아침에 출근하여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두 개의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내 PC가 보안을 지키기 위하여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프로그램과, 컴퓨터 내에 개인정보가 조금이라도 적힌 파일이 있지는 않은지 검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든 일을 대부분 PC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강제로 실행시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개인정보를 혹시라도 유출할 수 있을 가능성을 없애버리기 위해 설정을 하도록 권유한다. 말은 권장이지만 사실은 강제다. 프로그램 상에서는 80점 이상만 나오면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 있지만 그 후로 100점이 나올 때까지 학교 메신저와 내선 전화로 안내를 받게 된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실행 시킴에 따른 불편함도 있다. 윈도우 PC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최신 버전으로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 업데이트가 얼마 간격으로 나오는지는 모르겠으나 매번 한 두 개의 업데이트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니 답답하긴 했다. 보안을 위해 항상 최신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화면보호기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화면을 10분 이상 틀어놓고 아이들과 활동을 하러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화면보호기 설정을 해두다 보니 활동을 하다가 화면이 꺼져버려서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일과시간과 방과 후 시간을 구분하여 설정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오늘도 정보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 중에 암호 프로그램으로 보호되지 않은 파일이 9건이나 있다는 쪽지였다. 분명 내 기억에는 매번 검사에서 0건이 나와서 프로그램을 ‘무사히’ 종료했던 기억뿐이라 오늘 다시 검사를 실행시켰다. 오늘도 역시 0건이 나왔다. 무언가 이상해서 지난 검사 기록을 살펴보았는데도 지금까지 실행한 모든 검사가 0건으로 ‘미검출’ 상태였다. 프로그램에서 검출하지 못하는 개인정보 파일이 있는 것인지, 프로그램이 결과를 전송하면서 중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이 생겨버리면 매우 신경이 쓰이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개인정보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맞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과 학교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실제로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그렇게 말로 한 번 배우고, 행동을 보며 스스로 또 한 번 배우게 될 것이다. 개인정보 보호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 별다른 프로그램이나 별다른 교육 없이도 개인정보가 철저하게 보호되는 세상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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