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얘들아, 선생님 출장 다녀올게

by Trey

은근히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학교 바깥으로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일을 처리하기 위한 출장도 있고, 업무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연수를 들으러 가기 위한 출장도 있다. 각종 연구회 활동을 위한 출장도 꽤 많다. 이번에는 출장에 대해 생각을 풀어내 보려 한다.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나의 업무는 정말 복잡했다. 일이 어렵고 힘들어서 복잡했다기보다는, 너무나도 자잘한 업무들 여러 개를 동시에 맡았기에 복잡했다. 사실 대부분이 일회성 업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출장과 연수가 참 많았다. 처음 발령을 받은 해라 출장 역시 너무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교직생활 첫 출장은 요즘은 안전상의 이유로 거의 사라진 물로켓 시대회에 아이들 둘을 데리고 나가는 일이었다. 아침에 아이들을 만나서 외곽에 있는 먼 학교에 다녀와야 했다. 오전과 오후 모두를 출장으로 써야 하는 하루였다. 그 당시에는 차가 없었기에 우리 셋은 택시를 타고 다녀와야 했다. 출장비나 학교 카드 같은 개념이 전혀 없었기에 택시비나 아이들과 먹은 점심값까지 모두 사비로 결제했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행복했다. 아이들은 그 학교 체육관에 모여서 스스로 물로켓을 만들어야 했고, 선생님들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주변을 여유로이 산책하도록 안내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유로운 하루라 신기하면서도 행복했던 것 같다.


나의 업무 중에 다문화교육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출장을 몇 차례 다녀왔다. 한 번은 점심식사 후에 다른 중학교에 가서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수업을 참관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때까지도 차가 없었기에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교문을 나서서 택시를 타러 가는 그 순간의 햇살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학교에 들어가 본다는 것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강의의 내용도 재미있고,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수업에 참관인으로 함께한다는 것 자체도 뿌듯했다.


담임을 맡게 된 후에는 그 전과 같은 소소한 출장들은 다니지 못하게 되었지만 먼 곳으로 굵직한 출장들을 다니게 되었다. 드디어 내가 이맘때쯤 첫 차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차를 사고 처음으로 내가 사는 도시를 벗어나 본 것이 수학여행 답사였다. 첫 장거리 운전으로 학년 선생님들과 충청남도 공주시와 전라북도 전주시를 무사히 다녀왔다. 오래 운전을 해야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그럼에도 출장으로 다녀온 그곳들은 후에 아이들과 함께 갈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 후로도 다음 해에 공주, 부여를 다시 운전해서 다녀왔다.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만 출장을 신청해서 다녀오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수영장에 다녀오거나, 학교에서 가까운 산으로 숲 체험을 다녀오거나, 박물관에 다녀오는 수업 활동을 할 때도 출장을 신청해서 다녀올 수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학교 자체와는 관련이 없지만 개인적인 연구회 활동이나 연수에 다녀올 때도 출장을 신청하고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경우에는 출장비를 지급받을 수 없지만 말이다.


출장은 어떻게 생각하면 일을 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얻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매일 같은 자리, 같은 공간에서 하던 일을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과의 수업이나 학교의 일정에 지장이 없는 한 여러 가지 연수나 활동을 알아보고 열심히 다녀보려고 한다. 의미 있는 내용들을 얻으며 나 스스로가 한 번 더 활기를 찾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출장을 떠난다. “얘들아, 선생님 출장 다녀올게~ 내일 보자.” 물론 수업 시간표를 바꾸어 누군가 마지막 시간 수업과 종례를 무사히 해 주도록 해야 하며, 그 날 나누어 줄 안내장을 미리 배부해야 한다. 또 중요한 전달 사항을 알림장으로 미리 전송하고 난 뒤에야 나는 저 말을 할 수 있다. 바쁘지만 알찬 나의 출장 인생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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