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에 다니던 4년을 제외하고는 같은 도시에서 쭉 살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이자 초, 중, 고등학교의 모든 학창 시절을 보냈던 곳에서 다시 생활하고 있다. 이 곳에서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아 일을 하고 있으니 가끔은 이런 ‘이어짐’이 신기하기도 하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우리 도시에는 왜 이렇게 선생님들이 많은가 하는 궁금증이다.
오늘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내가 자주 방문하는 한적한 카페에 왔다. 차를 타고 외곽으로 한참을 달려 나와야 하는 깔끔하고 아담한 카페다. 계절마다 바뀌는 뒷 산의 풍경이 벽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창문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그런 카페다. 카페는 항상 조용하고 따뜻한 음악이 가득하며, 이 곳을 찾아오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일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시간을 차분하게 보내고 싶은 날 이 곳을 찾는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들어가자마자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옆 쪽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러 갔다. 가는 길에 무심코 옆 테이블을 흘깃 살펴보니 두 손님의 사이는 부부 같았다. 40대~50대 정도 된 부부였다. 여성 분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편안하게 읽고 있었고, 남성 분은 노트북으로 무언가에 사용할 PPT 자료를 제작하는 듯했다. 일부러 쳐다본 것도 아니었으며, 사생활을 침해할 만큼 뚫어지게 볼 마음도 없었기에 그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커피와 함께 마실 당근케이크를 주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남성 분이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지도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두 분이 초등학교 교사 부부라고 확신했다. 그 후로 간간히 귓가에 스치는 두 분의 대화가 그러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말이나 퇴근 후에 종종 밖에서 식사를 하곤 하는데 그때도 참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 식당이나 카페에 대부분의 테이블이 여러 학교 선생님들로 가득한 경우가 많았다. 나누는 이야기와 얼핏 들리는 대화의 주제, 그리고 가지고 있는 소품들이 선생님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확신을 주었다. 특히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참 많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공유하는 어떤 스타일이나 성향이 비슷비슷해서 특정 식당과, 특정 카페를 주로 찾게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 신기했다.
학교 밖의 어떠한 장소에서 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 조금은 말소리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무슨 비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남을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도 왠지 조심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들이 볼 때 나도, 우리도 한눈에 교사임을 들켰을까? 아닌 척 열심히 티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우리를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하실까?
우리 도시는 공무원이 참 많은 곳이다. 도시의 규모나 인구는 그리 크다고 할 수도 없고 그리 작다고 할 수도 없는 평범한 동네다. 그럼에도 주변의 도시들보다 관공서와 상급 기관들이 몰려있어 인구 대비 공무원의 수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학교의 수도 다른 곳 보다 많은 걸까? 어디에 가도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이유가 그것 때문일까?
선생님들이 누군가를 알고, 목격하고, 행동하는 이야기들을 학교에서 종종 한 적이 있다. “어떤 키 크고 마르고 안경 쓴 우리 학교 선생님 있잖아~ 어디에서 누구랑 있었대. 아무래도 OO선생님이겠지?”라는 이야기는 당연히 어느 식당에서, 어느 카페에서, 어느 영화관에서, 어느 골목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전해주었을 것이다. 서로 알지 못하더라도 낯이 익거나, 선생님임을 알게 되었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꼭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곤 하는 것 같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턱 없이 적은 나로서는 ‘도대체 어떻게 나를 알고, 도대체 어디서 나를 보고, 도대체 왜,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무슨 의미가 있지?’ 싶은 생각이 가득해진다.
첫 발령을 받은 해, 퇴근길 집에 걸어가다가 횡단보도에 서 있었다. 마침 파란 불이 켜졌고 나는 친구와 걷기 시작했다. 그때 보행자 신호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차가 있었는 줄도 나는 모르겠다. 그 다음날 나는 친구에게 푹 빠져서 어른한테 인사도 안 하는 버릇없는 신규 교사가 되어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그 차에 나이가 있으신 선생님이 타고 계셨다고 한다. 그 선생님께서는 그냥 그 사실을 이야기하셨을 것이다. 그저 나를 목격했다고. 누군가는 그 한 문장 이야기에 의도를 담을 것이고, 몇 차례 전해지다 보면 사실이 되어버린다. 며칠 뒤 목격한 그 선생님의 차는 짙게 선팅이 되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학교 근처에서는 나도 모르게 운전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차들에 가볍게나마 꾸벅 인사하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