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커피가 없다면 나는 일을 할 수 없다

by Trey

커피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이 대학교 때였던 것 같다. 그 이전까지는 카페에 갈 일도 많이 없었고, 지금처럼 프랜차이즈 카페도, 동네 개인 카페도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대학교에 간 후로는 카페에 정말 많이 갔던 것 같다. 친구를 만나도 카페에서 만나고, 과제를 할 때도 카페에서 하고, 시간이 지나서 임용 시험을 준비할 때에도 카페에 가서 스터디 모임을 한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커피에 익숙해졌다.


커피는 밤에 잠이 달아나도록 한다는 것, 정말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나도 오후에 커피를 마시고 나선, 밤에 졸려운데도 머리가 쌩쌩해서 힘들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커피를 하루에 두 잔 이상은 꼭 먹는 것 같다. 아침에 한 번, 점심 이후에 한 번. 시간대별로 마시는 커피에 담긴 의미가 다른 것 같아 한 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주로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집에서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는 가까운 곳에 대형 커피전문점이 있다. 드라이브-스루 형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도 아주 간편하게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 대학교 때 얻은 골드회원 자격이 아직까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7년 가까이 유지되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운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따뜻한 커피를 조금 더 뜨겁게 주문하곤 한다. 커피를 받고 5~1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학교에 도착해서 아직도 뜨거운 상태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참 행복하다. 아침 커피는 하루를 깨우는 알람 같은 의미다.


마치 플라세보 효과와 같은 맥락일 수도 있지만, 커피를 아침에 마신 날과 마시지 않은 날에 활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머리가 둔하게 느껴지고 생활하는 데 활기가 없는 날에 무엇이 원인인지 고민하다 보면 아침에 바쁘다는 이유로 커피를 생략했던 것이 떠오른다. 몸은 잠에서 깨어났는지 몰라도 머리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나 보다. 커피의 종류는 딱히 가리지 않아서 그 날의 선호도에 따라 달콤한 커피, 쓴 커피를 이리저리 골라 마시곤 한다.


아침에 구입한 커피는 보통 점심을 먹기 전까지 오전 시간 내내 이어서 마시곤 한다. 뜨거운 커피는 곧 미지근해지고 쌀쌀한 날씨 탓에 차가운 느낌이 들 만큼 식어버리지만 한참 아이들과 이야기하느라 갈라져가는 목을 축이기에는 딱 적절하다. 말하다 목이 아플 때,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잠시 앉아서 쉴 수 있을 때, 커피를 마시며 활기를 충전하곤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면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연구실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사다 두었다. 믹스커피부터 캡슐커피, 포션커피, 라테 등 그 누구의 취향까지도 저격할 수 있도록 구비해두었다. 하지만 점심 이후에 생각나는 커피는 보통 믹스커피다. 흔히들 당 떨어진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그 시간이 정말 당 충전이 필요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힘내서 남은 시간을 불태우자는 의미로 진하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한 잔 타서 먹는다. 이때의 커피는 하루의 비타민과 같은 의미다.


되도록 그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잘 것 같다는 이유도 있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은 점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때 한 달 정도 커피를 의도적으로 마시지 않았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건강이 조금 안 좋아서 기름진 음식이나 커피, 술을 전혀 먹거나 마시지 않은 채로 지내보기로 한 것이다. 몸은 건강해지는 것 같지만 소소한 활력을 전해주던 커피가 많이 그리웠다. 아무래도 교직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커피를 떼지 못하고 살 것 같다.


오늘도 아침에 커피를 한 잔 사 왔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오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두고 마셨다. 점심에는 달지 않은 라테를 한 잔 마셨다. 오늘 두 번의 활력을 불어넣어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 우리 반 아이들도 ‘선생님은 커피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을 정도로 자주 마시는 건 맞다. 마음을 재생해주는 커피가 몸 건강까지 재생시킬 수 있도록 그 적당한 점을 찾아야겠다. 하루를 깨워주고, 때때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커피와 함께 하는 교직생활을 오래 지속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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