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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15. 2020

#4. 요즘은 카드면 다 되는 거 아니야?

[여행준비]

형체도 없이 사이버머니로 내게 왔다가, 만져 볼 새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내 월급. 이러한 현상은 현금을 뽑아 사용하던 생활 패턴이 카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더욱 심해진 것 같다. 대학생 때는 체크카드를 사용하긴 했지만 이래저래 현금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며칠에 한 번씩은 ATM에 들러 돈을 얼마씩 뽑아 사용하곤 했었다. 그러다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아 생활하고 난 뒤부터는 딱히 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사용해야 하는 일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


지난여름 해외여행을 가면서 큰 맘먹고 면세점에서 카드 지갑을 하나 구매하였다. 값비싼 카드지갑을 사기로 큰 맘먹은 것이 아니라, 현금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큰 마음을 먹고 구매한 것이다. 딱 카드 6개만 들어가는 카드 지갑이다. 그 뒤로 반년을 내리 사용하고 있지만 현금이 없어서 불편하거나 다시 원래 지갑을 가지고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 카드 만으로도 충분히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여행을 떠나는 입장에서는 조금 생각이 달라지긴 한다. 요즘 어느 나라를 간다고 한들,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있으랴 싶으면서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현금을 환전하는 나다. 일주일이 넘는 일정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모두 한 번에 환전하여 들고 가자니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 같았다. 혹시라도 지갑을 한 번 잃어버리는 날에는 그 뒤의 일정이 모두 막막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카드만 챙겨가자니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 몇몇 가게들도 걱정이고, 카드를 사용할 때 부과되는 해외 결제 수수료 또한 걱정이었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나, 해외여행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져서인지 해외 결제를 할 때 별도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카드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나도 그런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볼까 했지만, 여행이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너무 빠듯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리저리 다른 방법을 검색하다가 한 가지 좋은 카드를 찾아냈다. 바로 "글로벌 멀티카드"다. 신한은행에 들러 발급받아야 하는 체크카드이면서 마스터카드 제휴 덕분에 전 세계 대부분의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점은 수많은 나라의 화폐로 직접 카드에  넣어두고 사용하는 형태라 그때그때 환율 걱정을 하면서 카드를 쓸 필요도 없고, 불필요하게 수수료가 부과될 걱정도 없어졌다.

신한은행 글로벌 멀티카드 사진 (예시)

여행에 가서 사용할 예산을 반은 현금으로 환전하고, 반은 이 글로벌 멀티카드에 달러로 환전하여 집어넣었다. 이 카드는 신한은행 홈페이지나 앱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으며, 당일을 포함해서 3주 이내에 지점에 방문하면 언제든 수령이 가능하다고 한다. 카드를 기분 좋게 받고, 환전 신청해 둔 내역이 있다고 직원에게 말했다. 직원은 내역을 확인해 본 뒤 내가 신청한 금액만큼을 돈다발로 들고 왔다.


"단위는 어떻게 드릴까요?"라는 물음에 나는 평소처럼 "다양하게 섞어 주세요"라고 했다. 너무 큰 단위만 받는다면 처음 사용할 때나, 팁을 주어야 할 때, 자판기를 이용할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불편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세어 건네 준 돈을 받았을 때 "다양하게 섞어 주세요"라고 말한 나를 자책하기 시작했다.

환전하고 받은 돈.. 다발..

돈을 건네받으면서 '아 이 돈을 어떻게 들고 다니지..'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너무나도 많은 양이었다. 100달러짜리 지폐 몇 장, 50달러와 20달러, 10달러를 골고루 섞어서 받을 거라 기대했는데.. 1달러도 20장, 2달러도 20장, 5달러도 20장... 이렇게 섞여 있었다. 내가 섞어달라고 했으니 다시 큰돈으로 섞어달라고 하기가 뭔가 민망했다. 다행히도 함께 여행을 떠나는 친구는 아직 환전을 하지 않은 상태라, 미리 연락을 해서 100달러짜리 큰 단위로만 돈을 바꾸라고 이야기했다. 그 뒤 공항에서 만나 나와 돈을 조금 교환하자고 말이다.


(총금액은 얼마 안 되지만) 두둑한 현금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카드까지 준비하고 나니 여행의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난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미국에 가서도 현금과 카드를 때에 따라 잘 사용하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길 바란다.


Photo by Ales Nesetri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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