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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28. 2020

#6. LA 입국심사가 그렇게 악명 높다던데..

[1일차_LA]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한 지 10시간이 조금 더 되었을 때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잠시 후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 드디어 여행의 시작이라는 설렘과 미국이라는 나라에 도착했다는 기쁨이 느껴짐과 동시에 걱정이 느껴졌다. 바로 LA공항 입국심사에 대한 여러 소문들 때문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한참 전부터 여행 정보를 알아보기 위하여 검색을 하고, 여행 카페에 가입하여 글들을 읽어보았다. 사람들이 본인들이 겪은 입국심사 후기를 올려두는 게시판이 있어서 자세히 읽어보았다. 대답을 얼버무리거나 버벅거리면 '진실의 방'으로 끌려간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니 심층적인 인터뷰와 조사를 위하여 '세컨더리 룸'에 간다는 소리였다. 어떤 사람은 12시간을 세컨더리 룸에서 붙잡혀 있다가 나왔다는 말도 있고, 누구는 2~3시간을 세컨더리 룸에서 기다리다가 휴대폰까지 검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사람들이 이동하는 무리를 따라가다 보니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 하나 나타났다.

입국 심사를 위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에스컬레이터 정면 벽에 아주 큼지막한 미국 국기가 걸려있었다. 그저 출입국과 세관을 담당하는 부서가 적혀있을 뿐인데, 그저 공항의 이름이 적혀있을 뿐인데 나에게는 이렇게 보였다.

"Welcome."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자 ATM 기계와 같은 수많은 기계들이 겹겹이 줄지어 있었다. 나는 사전에 ESTA를 신청하여 승인을 받은 채로 여행을 출발했기에 그 기계를 이용해야 했다. 기계에서는 다시 한번 여러 가지 동의를 받고,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문제 될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영수증 같은 흰 종이를 내뱉는데, 큼직한 내 사진과 함께 X표가 그려진 종이였다. 처음 이 종이를 보았다면 내가 거부당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겠지만, 열심히 여행 정보를 찾아본 탓에 그러려니 하고 입국심사관을 만나러 줄을 섰다.


보통 대기 시간이 엄청나게 길어서 입국이 오래 걸린다는 말을 들었는데, 아침 일찍 도착하는 항공편이라 그런지 ESTA 기계를 찾는 줄도, 입국 심사관을 만나기 위한 줄도 길지 않았다. 앞에 한 두 명 정도 대기하고 있었고 금세 입국 심사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입국 심사관 아저씨는 아침 인사와 함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Q. 왜 미국에 왔습니까?

A. 여행을 하러 왔습니다.

Q. 회사 일로 여행을 온 겁니까?

A. 방학이라 놀러 왔습니다.

Q. 돈은 얼마나 가지고 왔습니까?

A. 현금으로는 600달러 정도 가지고 있는데 신용카드도 몇 개 있습니다.

Q. Good. 그러면 얼마나 있다가 갈 겁니까?

A. 7일 뒤에 갑니다.


이 이야기가 전부였다. 그리고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찍었다. 카메라를 보면서 어색하게 사진도 한 장 찍고는 통과했다. 한 3분 만에 모든 입국 심사가 끝나버렸다. 워낙 악명 높은 질문과 세컨더리 룸을 많이 들었던 터라 대답하고, 지문을 찍는 내내 손이 덜덜 떨리긴 했지만, 끝나고 보니 문제 될 것이 없는데 뭐하러 긴장을 이렇게 했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래층으로 한 번 더 내려가면 수화물로 보냈던 짐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짐은 일찌감치 찾았는데 세관이 문제였다. 그 큰 공항에서 세관을 통과할 수 있는 창구를 딱 두 군데밖에 열어두지 않은 것이다. 짐을 찾고 나가려는데 줄이 공항 한 가득 다섯 바퀴 정도 구불구불하게 꼬여 있었다. 한 30~40분 정도를 서서 기다린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불만 섞인 말투로 일행들과 이야기를 했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세관에 도착하니 너무나도 허무했다. 비행기에서 열심히 작성한 세관신고서는 받지도 않았다.


Q. 혹시 짐에 음식 있나요?

A. 아니오


한 마디로 끝났다. 그렇게 세관까지 통과하여 나는 정식으로 LA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온 LA의 첫인상은, 아니 LA 국제공항의 첫인상은 분주함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바글거리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 각기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할 일을 찾아 뒤섞이는 모습을 보며 '아. 미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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