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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29. 2020

#15. 카메라는 담을 수 없는 라라랜드의 야경

[2일차_LA]

La La Land - Planetarium Scene (HD) by Logan Stone
영화 La La Land 중에서
영화 La La Land 중에서
영화 La La Land 중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 중 최근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La La Land 일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 중 위의 장면들은 한 천문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이유없는 반항'이라는 영화에 등장한 이 천문대를 보다가 직접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 바로 이 천문대가 그리피스 천문대이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라라 랜드뿐 아니라 LA의 끝없이 펼쳐진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다. 나는 LA에서의 마지막 밤, 마지막 야경을 보기 위하여 그리피스 천문대로 향했다.

영화에서는 이 천문대 건물 바로 앞까지 차를 타고 오지만, 사실 그럴 수는 없다. 주차장에 차를 댄 후 3분 정도 걷다 보면 넓은 잔디밭과 함께 있는 천문대 건물이 나타난다. 솔직히 말하면 그리피스 천문대에 대해 잘 찾아보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었다. 그저 야경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만 알고 방문했던 터라 천문대 건물 내부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천문대 건물 안에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었다고 한다. 지구의 자전을 확인할 수 있는 진자라던지, 별자리를 나타내는 그림이라던지, 여러 가지 재미있는 볼거리가 다양하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많이 아쉽긴 했다.

그리피스 천문대가 고층 건물이 아님에도, 워낙 고지대에 있다 보니 LA의 모든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뾰족뾰족한 건물들과 세련된 모습들의 빛이 반짝거리는 그런 야경만 멋있다고 생각했던 내게 LA의 야경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위-아래 위주의 야경이 아니라 좌-우로 넓은 야경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끝이 없다고 느껴질 만큼 평평한 땅이 펼쳐져있고, 그곳이 모두 반짝거리는 빛들로 채워져 있는 경치는 쉽게 볼 수도 없고, 잊기도 힘들 것 같다.

빛들은 사방에 불규칙하게 흩뿌려져 있는 듯하면서도, 나름의 규칙을 가진 채 빛나고 있었다. 흩뿌려진 불빛 알갱이들은 선을 이루어 동네를 구분하기도 하고, 이내 색을 바꾸어가며 움직이는 사람들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했다.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가게, 누군가의 자동차가 내뱉는 하나하나의 빛이 모여 이렇게 또 작품이 되는구나 싶었다.

이번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카메라를 하나 장만할까 생각을 했었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실제로 큰 무리가 없었기에 후회를 하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LA의 야경을 보면서는 약간 후회를 했던 것 같다.


눈으로 보이는 이 거대하고 압도적인 장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었다. 물론 카메라를 가지고 왔다고 한들 눈으로 보는 것처럼 담아낼 수는 없었겠지만, 그 감동을 스마트폰 카메라보다는 조금 더 담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오늘 참 좋은 것들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할리우드 사인부터 LA 전체가 빛나는 야경까지 몇 시간 내에 모두 보았으니 말이다. 천문대 건물 꼭대기에서 그저 빛나는 한쪽만 바라본 채 한 시간 정도를 있었던 것 같다. 사진으로 담아보고, 영상으로 담아보고, 이내 포기하고는 눈으로 한가득 담았다. 이제 미련 없이 내려갈 수 있겠다 싶어서 아래로 향하면서도 눈은 다시 빛을 찾아 돌아갔다.


그렇게 얼마간을 더 보고 나서야 차에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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