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rey Jan 29. 2020

#14. 금강산도.. 아니 LA 야경도 식후경

[2일차_LA]

저녁 햇살이 저물어가는 포근하고도 황홀한 할리우드 사인의 풍경을 보고 도시로 내려와 찾은 식당이다. 사실 할리우드 사인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동네에 있는 작은 식당이다. 친구와 나는 그저 파스타가 먹고 싶은 마음에 파스타를 팔 것 같은 식당을 찾았다. 그렇게 유명하지도, 한국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은 그런 식당에 도착했다.

1978 Hillhurst Ave  Los Angeles, CA  90027  United States

식당에 들어가는 길에 사진을 하나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이름도 몰랐을 그 식당은 약간은 어둡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군데군데 손님이 여럿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으며 시끄럽지 않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 곳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누군가의 3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모임이 가운데에서 시작하려고 준비되고 있었다. 서로 특별한 날을 맞아, 지나가다가 우연히, 파스타를 먹고 싶은 마음에 한 공간에서 모이게 된 것이 재미있었다. 나는 평소 너무 먹고 싶었는데 한동안 먹을 기회가 없던 오일 파스타를, 친구는 크림 파스타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빵과 곁들여 먹을 소스를 가져다주었다. 올리브유에 여러 달콤한 열매를 넣어서 만든 소스인데 정말 맛이 새로웠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맛 덕분에 입맛이 확실히 돋워진 것 같다.

내가 주문한 새우 오일 파스타가 먼저 나왔다. 치즈와 후추를 뿌리길 원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더니 치즈와 후추를 아낌없이 뿌려주었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양이다. 양이 너무나도 많았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먹은 모든 음식을 보며 느낀 점은 양이 굉장하다는 것이다. 파스타의 양도, 들어가는 새우의 양과 질 모두가 푸짐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스타를 한 입 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했다.

친구가 시킨 크림 파스타도 나왔다. 생각했던 생김새와는 조금 달랐다. 크림이 흥건한 파스타를 예상했었는데 파스타 샐러드 같은 느낌의 음식이었다. 그럼에도 맛은 크림이 한가득 있는 것처럼 풍부하고 고소했다. 사진에서는 양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그릇의 크기와 깊이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우리 둘 모두 반 정도를 먹고는 더 이상 먹기를 포기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배가 불러 더 이상 먹지 못했다.


종업원이 다가와서는 "포장해갈 박스 가져다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음식을 담아서 집에 갈 수 있도록 일회용 상자를 준비해주었다. 잘 옮겨 담은 뒤 계산서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양에 비해 비싸지 않은 가격이 적혀 있었다. 든든하게 속을 채운 값을 지불하고는 서둘러 가게를 나왔다. LA에서의 마지막 밤, 그 야경을 즐기러 갈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13. 나는 이거 보러 LA 왔는데, 할리우드 사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