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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31. 2020

#20. 넷플릭스에 나올 것 같은 곳, 피스모비치 호텔

[3일차_피스모비치]

긴 운전 끝에 어둑어둑해진 피스모 비치에 도착했다. 예약해 둔 호텔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더 지체되었다. 각종 네온사인이 번쩍이는데 무언가 옛날 느낌이 들었다. 마치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시골 도시를 바탕으로 하는 스릴러 영화가 있다면 딱 여기에서 찍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230 Pomeroy AvePismo Beach, CA  93449 United States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여행을 가는 큰 도시가 아니어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동양인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친구들과의 여행, 가족들과의 여행 등 일시적으로 이 곳을 방문한 사람들 같이 보였다. 한 세 블록 정도 되는 번쩍이는 거리 어딘가에 주차를 하고 호텔로 들어갔다.


작은 동네인지라 호텔 또한 매우 작았다. 사장님이 직접 카운터를 보며 체크인을 도와주었다.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해 안내를 해주고 방 키를 건네주었다. 친절하고 따뜻한 환영에 오랜 운전으로 오는 피곤도 잊은 채 방으로 올라가려 캐리어를 끌었다.

1차 충격은 엘리베이터에서 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빨간색의 두툼하고 무거운 여닫이 철문을 열고, 검은 쇠창살 같은 미닫이 철문을 한번 더 열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빨간 철문은 자꾸 안으로 닫히려고 하고, 검은 철문 또한 옆으로 닫히려고 하니 힘을 주어 꼭 잡고 있어야 했다. 두 문과의 힘겨루기를 마치고 안에 타면 이제야 버튼을 누를 자격이 주어진다. 내부 구조는 우리가 매일같이 타고 다니는 엘리베이터와 다를 것이 별로 없다. 다만 입구 쪽 벽이 통째로 움직인다는 것만 빼면!

방은 그럭저럭 깔끔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오히려 방은 안심이 되었다. 적어도 방에는 쇠창살도, 움직이는 벽도 없었으니까.

화장실은 굉장히 넓었다. 아주 약간 과장하자면 침실의 크기나 화장실의 크기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깔끔하고 널찍한 화장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나는 평소에 피곤할 때는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가만히 들어가 앉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에서도 몇 차례 시도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매번 욕조가 너무 낮아서 불편했었다. 한국 가정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욕조의 2/3 정도밖에 안 되는 높이라 물을 가득 받아도 몸 전체를 담그기 힘들었다.

무시무시한 엘리베이터, 낮은 욕조, 좁은듯한 방을 가진 이 호텔을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다시 하룻밤 정도 묵어가고 싶은 곳이다. 그 모든 낡고 이상하고 불편한 점들을 이 난로가 모두 이겨버렸다. 임의로 열지 못하게 되어 있는 난로 안에는 장작이 들어있다. 사실 진짜 장작인지 장작 모형인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장작 모형인 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든다. 반대쪽 출입구에 있는 난방 스위치에서 원하는 온도를 맞추면 갑자기 이 난로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가스로 불을 피워 온도를 맞추어주는 난로다.


미국에서 숙박하면서 날씨가 따뜻하다고는 하더라도 밤에는 쌀쌀하기 마련이었다. 숙소에서 잠을 자면서도 히터를 주로 틀고 잠을 잤는데 우리의 보일러와는 다르게 소리도 굉장하고, 그 건조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자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히터를 잠시 끄거나 줄여놓고, 한참 후에 다시 일어나서 히터를 켜기를 반복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난로는 건조함도 전혀 없고, 불편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숙면을 위해 이따금 설치하는 스마트폰 앱 속 장작불 소리가 조금씩 들릴 뿐이었다.

숙소 탐방은 그만하기로 했다. 이제는 정말로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어느덧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설마 문 연 식당이 한 군데도 없겠냐는 마음으로 무작정 나가서 먹을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밤의 피스모 비치, 오싹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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