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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31. 2020

#19. 망망대해를 옆에 끼고 피스모 비치로 달려가자

[3일차_피스모비치]

게티 센터 주차장을 나와서 마주한 것은 기다란 고속도로였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갈아타고 다시 달리기를 수 차례 반복한 뒤 주변 풍경이 바뀌어갈 때쯤 도착하는 여정이었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교외 도로를 달리는 일정이라 시내와는 많이 다를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주변의 건물들은 점차 높이가 낮아져 갔고, 집들보다는 넓은 평원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났다. 누가 보더라도 이제 대도시의 영향권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멀리까지 펼쳐진 넓은 평지에는 작은 도시들이 모여 있는 듯했다.


피스모 비치로 이동하는 도중에 날도 흐려지고, 점점 해도 저물어 갔다. 도로에는 차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LA에서 항상 줄지어 이동하던 교통만 경험하다가 널찍이 달려가는 고속도로 상황을 마주하니 이 또한 정말 신기했다. 휴대폰을 차에 연결하여 음악을 틀었다. 미국 자동차를 타고 미국의 이색적인 풍경 속을 달려가며 익숙한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며 흥얼거리는 경험은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

조수석에서 안전하게 촬영한 사진입니다.

비교적 먼 거리 운전을 하면서 사실 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비교적 저렴한 값에 렌트를 했음에도, 알아서 맘에 드는 차를 골라 가져 가라는 Alamo 렌터카의 정책 덕분에 거의 풀 옵션을 탑재한 자동차를 빌릴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고 기계를 대여해야 하는데, 우리 차에는 큼지막한 화면과 애플의 카플레이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음악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앱을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또 크루즈 컨트롤 기능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운전을 할 때, 특히나 고속도로 운전을 할 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페달 위로 힘을 주던 발에서 힘을 뺄 뿐인데도 그 피로감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더군다나 옵션 때문인지 그냥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아닌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기능이 적용되어 있었다. 마일을 설정해 두면 달려가다가 정체가 시작되어 앞 차가 느려지면 거기에 맞추어 속도를 줄이고, 앞 차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다시 설정한 속도로 달리는 그런 방식이다. 크루즈 컨트롤 보다도 더욱 진화한 기술이다. 나는 한국에서 아직 ASCC 기능을 경험해보지 못했는데, 미국에서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리며 새로운 기능을 접해보니 '참 기술의 발전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수석에서 안전하게 촬영한 사진입니다.

해안도로 드라이브 여행이라는 큰 목표를 세워둔 덕에 운전하여 이동하는 여정 대부분에서 왼편으로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었다. 왼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볼 때마다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나 미국에서나 태평양이라는 같은 바다를 서로 반대 방향에서 보는 것뿐인데 왜 이리도 느낌이 다른 것일까. 다른 어떤 나라나 섬이 가로막지 않은 정말 말 그대로의 망망대해가 펼쳐졌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신비롭게 다가왔다.

Pismo beach, CA, USA

한참을 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해는 지고 어두운 도로만 남았다. 미국의 고속도로는 가로등이 없어서 그저 내가 비추는 빛에 의지해서 달려야 했다. 조금은 더 신경 쓰고 더 조심스럽게 달려서 드디어 피스모 비치에 도착을 했다. 든든하게 먹은 브런치가 이제야 조금씩 소화가 되는지 배가 살살 고파오기 시작했다.


얼른 포근한 숙소와 맛있는 저녁을 마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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