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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31. 2020

#18.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공간, 게티센터

[3일차_LA]

든든히 브런치로 배도 채웠겠다, 이제 피스모 비치를 향해 운전하여 달려가는 것만 남았다. 사실상 3일째 LA에 머무르는 셈인데 많은 것을 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고, 아쉽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꼭 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대부분 했지만, '한 번 가 보았어도 참 좋았을 곳들'을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해안도로를 이용하여 나아가는 렌터카 여행이었기에 LA에서도 바다 쪽으로, 그리고 북쪽으로 달려가야 했다. 고속도로를 타고, 또 여러 번 갈아타며 가던 도중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장소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바로 게티 센터(Getty Center)였다. 이대로 LA를 떠나기 아쉬웠던 찰나에 마침 눈 앞에 나타난 게티센터를 들러서 가 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자마자 게티센터 주차장 입구가 나타났다.


미국의 석유재벌 폴 게티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 소장품과 그의 기금을 통해 만든 곳이다. 미술관, 전시관, 연구소, 교육 센터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장소들이 모여있어 문화에 기여하고 있다. 평소 사촌이 본인 집에 있는 전화기를 몇 통 쓰는 것이 아까워 공중전화를 끌어다 집에 설치할 만큼 짠돌이였던 폴 게티가, 그의 전 재산을 털어 만든 이 곳만큼은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무료로 개방하라고 했단다. 주차비까지 무료였다면 참 좋았을 텐데..


1200 Getty Center Dr  Los Angeles, CA  90049  United States

주차장은 지하로 되어 있었는데, 지하 6층까지 모두 주차장이었다. 특이한 게 흔한 지하주차장처럼 지하 1층, 한 층 내려가서 지하 2층, 한층 또 내려가서 지하 3층. 이런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나선형으로 층들이 모두 이어져 있었다. 마치 지하 1층, 지하 1.5층, 지하 2층, 지하 2.5층. 이렇게 말이다. 천장이 굉장히 낮은 주차장이 지하 6층 높이로 연달아 쭉 있는 모양새였다. 인기가 많은 장소라 그런지 지하 5층을 넘어섰을 때 겨우 차를 댈 공간이 보였다.


차를 대고 나면 엘리베이터를 통해 1층으로 다시 올라와야 한다. 1층에서 줄을 서서 간단한 가방 검사를 하고는 트램을 타고 게티 센터로 이동해야 한다. 사실 게티센터는 한참 위에 있는 곳이었고, 내가 도착한 곳은 트램을 타는 곳, 그리고 주차장이 위치한 별도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희고 간결한 트램을 타고 한 5분 넘게 이동을 해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 왼쪽으로는 LA 외곽의 풍경이 펼쳐지며, 오른쪽으로는 각종 풀과 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이 펼쳐진다. 무인으로 움직이는 트램이며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위아래로 태우고 다니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거나 할 필요는 없었다.

트램이 도착하게 되면 넓은 광장이 펼쳐진다. 이 광장을 지나가면 게티센터에 위치한 다양한 건물들, 전시관들을 방문할 수 있다. 광장에서 바라본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부드러우면서도 간결하고 깔끔한 건물들이 여러 식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방문한 때에는 1900년대 초창기의 뉴욕을 찍은 흑백사진 전시도 열리고 있었고, 유럽의 옛 미술 작품들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그러한 전시들도 인상 깊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건물 바깥이 더 마음에 들었다. 마치 아주 고급스럽고 넓은 정원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쪽에는 물을 이용한 정원이, 다른 한쪽에는 꽃과 나무가 펼쳐진 정원이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심지어는 바깥 멀리 내려다보이는 LA 외곽의 풍경도 마치 정원의 완성도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티 센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을 머무르지 못했다. 얼른 피스모 비치로 떠나야 하는 상황인데, 충동적으로 들른 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게티센터는 충분히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이었다.


다시 트램을 타고 내려가 주차 요금을 정산하고 피스모 비치로 향하는 운전을 시작했다. 이젠 정말 LA도 안녕이다. 나의 미국 여행 첫 도시, LA야 잘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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