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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Jan 30. 2020

#17. 하루 종일 배가 안 꺼지는 미국식 브런치

[3일차_LA]

할리우드를 돌아보고 오늘의 목적지인 작은 바닷가 휴양마을 '피스모 비치'로 향하는 길이었다. 근처 도시라고는 해도 이동하는 시간이 2~3시간 가까이 걸리기에 늦은 아침을 점심 겸 하여 먹고 가기로 했다. 말 그대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사실 지난밤에 내일 브런치를 먹고 떠나자고 뜻을 모았었다. 맛있는 메뉴가 있는 집도 미리 알아 놓았다. 차를 타고 미리 알아둔 가게로 향하는데 멀리서부터 '아 저 집은 갈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져 있었다.


'브런치가 다 똑같지 뭐'하는 생각에 얼른 지도를 켜서 근처 다른 브런치 식당을 찾았고 3분 거리에 대형 브런치 식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미련 없이 그곳으로 이동했다.

IHOP, 5655 Wilshire Blvd  Los Angeles, CA  90036  United States

IHOP이라는 브런치 전문 식당이었다. 굉장히 큰 규모의 패스트푸드 점 같은 느낌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깥 테라스 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자리를 달라고 하여 앉았다. 한겨울이지만 바람도 따뜻하고, 햇살이 따사로워서 바깥 식사를 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바깥 식사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날이 너무 더워서, 혹은 날이 너무 추워서, 그리고 요즘에는 미세먼지가 많아서.. 참 다양한 이유로 야외 생활이 힘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바깥쪽으로 앉을 수 있는 테라스 자리에는 꽃이 한가득 피어 있었다. 가게와 바깥 도로를 구분하는 울타리가 전부 꽃이었다. 덕분에 화사한 마음으로 조금은 더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나는 기본적인 미국 아침식사 세트를 주문했다. 감자, 햄, 계란, 소시지, 베이컨을 조금씩 담아 주는 메뉴였다. 친구는 프렌치토스트 위에 딸기와 바나나 토핑이 올라간 음식을 주문했다. 그리고 팬케이크를 나누어 먹기 위해 단품으로 주문했다.

메뉴를 받고서는 또다시 '아차'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미국의 음식 양을 또다시 고려하지 않고 주문한 것이다. 나쁜 뜻이 아니라 정말 푸짐했다. 배가 고픈 상황에서 잔뜩 담긴 음식을 눈 앞에 가져다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먹다 보면, 어느 정도 배가 차오르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왠지 남겨서는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탓에 괜히 음식의 많은 양을 탓하곤 했다.


보통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기들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짜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래서 항상 주문을 할 때 덜 짜게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들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접 여행을 하면서 그러한 요구는 해 본 적 없는데도, 음식은 그다지 짜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햄이나 베이컨이 짭짤한 것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다른 음식들이 짜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내 입맛이 너무 지나치게 짜게 먹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일까?

달콤한 시럽을 뿌려가며 정말 맛있게 먹었다. 아침 커피와 함께 먹는 브런치는 역시 만족스러운 조합이었다. 물론 많은 양을 다 먹지는 못했다. 조금씩 남기기는 했지만 그 포만감과 만족감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다음 글에 이어서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먼 거리를 운전하여 이동하느라 저녁 식사 시간이 꽤 늦어졌다. 그럼에도 하루 종일 배가 전혀 고프질 않았다. 하루 종일 배가 꺼지지 않는, 든든한 미국 브런치를 먹고 또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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