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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1. 2020

#21. 피스모 비치 굴 맛 꿀맛, 오이스터 로프트

[3일차_피스모비치]

밤바다 파도 소리가 바로 가까운 곳에서 들려와서인지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는 피스모 비치의 밤거리로 나왔다. 밝은 간판들과 네온사인, 그리고 가족들과 밝게 웃으며 대화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무서움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작은 동네였지만 걸어서 갈 수 있는 그 몇 블록 사이에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다. 하루 종일 브런치 말고는 먹은 것도 없었고, 지금까지 미국에 와서 간단한 음식들만 먹었던 것 같아 이번 저녁만큼은 제대로 주문해서 먹어보기로 다짐했다.

101 Pomeroy AvePismo Beach, CA  93449United States

화려하고 큼직하고 시끌시끌 활기가 넘치는 몇 식당들을 지나 바닷가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백사장에 닿기 직전에 한 가게를 발견했다. 어느 정도 조용하고, 어느 정도 깔끔했으며, 어느 정도 분위기도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굴(Oyster)을 가게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무조건 오늘은 여기다.' 작정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Oyster LOFT'라는 간판이 다시 한번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 별다른 것은 없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있었을 뿐이다. 2층으로 올라가자 꽤 넓고 분위기 좋은 식당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실내에도 충분히 많은 자리가 있었고, 야외 자리도 있었다. 야외에 앉고 싶긴 했으나 밤의 바닷가 바람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종업원은 바깥 자리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으면서도 바깥이 은은하게 비치는 무언가를 한 겹 덧대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당연히 자리는 '반'야외 테이블로 잡았다. 종업원이 너무나도 친절한 표정과 말투로 안내를 해 준 탓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할 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는 태도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뜬금없지만 직업상 아이들을 매일같이 만나는 나로서는 꼭 익숙해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은.. 더욱 열심히 자각하고 노력하고 시도해야겠지만 말이다.

메뉴를 천천히 살펴보고 주문을 했다. 나는 굴을 너무 먹고 싶었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꼭 오이스터 바에 가서 원 없이 굴을 먹어보겠다'며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여행을 함께 간 친구는 굴을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굴을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런 친구가 분위기 탓인지, 기분이 좋아졌는지 한 번 굴을 같이 시켜서 나누어 먹어보자는 제안을 했고, 나는 기쁘게 그러자고 동의했다.

처음으로 주문해서 서빙된 음식은 '튜나 포케 타워'다. 말 그대로 참치회 샐러드로 만든 탑이다. 참치는 역시 부드럽고 신선했다. 아보카도와 튀김 조각들 사이에 끼인 참치를 잘 잘라 아래 뿌려진 소스와 함께 먹으면 달달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짤하면서도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나초와 같은 모양을 한 생선 과자를 함께 주는데 여기에 참치 샐러드를 올려 먹으면 정말 최상의 조합이다. 생선 과자는 마치 새우깡 맛이 나는데, 나중에 참치회랑 새우과자를 함께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다.

그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바로 굴이다! 십 수 가지의 굴 종류를 판매하는 여러 전문 오이스터 바에 비교하자면 적은 수의 굴 종류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이 날은 세 종류의 굴을 맛볼 수 있었다. 나는 사실 굴이라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좋아하긴 하지만, 함께 여행하는 친구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단면을 살짝 익힌 레몬즙을 충분히 뿌려주고 기호에 맞게 생으로, 혹은 소스를 첨가하여 한 입씩 먹었다. 친구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살폈는데, 다행히도 너무 맛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마음 놓고 굴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상 메인 메뉴로 시킨 것은 '오가닉 치킨'이다. 내가 좋아하는 굴을 먹어놓고도 이 치킨의 맛에 빠져서 세상모르고 먹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잘 먹지 않던 각종 채소들마저 왜 이리 맛있는지, 치킨 요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것 같았다. 글을 쓰는 지금도 이 맛이 자꾸 생각난다. 살짝 풍겨오는 불향과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소스의 맛, 각종 채소의 향긋함이 치킨과 참 잘 어우러졌는데 말이다.


큰돈이 나올 것을 각오하고 제대로 먹어보자며 들어왔던 곳이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그럼에도 이대로 다시 숙소에 돌아가기에는 이 분위기에 너무 취해버렸다. 사실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곁들여 먹어서일까. 분위기보다는 술에 취한 탓이 크겠지만 또다시 종업원에게 메뉴판을 달라고 부탁했다.

어느새 우리 테이블에는 새로이 굴 한 판이 도착했다. 아까와는 다른 곳에서 자란 새로운 품종의 굴이었다.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에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굴이 참 저렴하고 푸짐한 편인데, 한국에 돌아가면 레몬즙을 뿌려서 비슷한 소스를 만들어 먹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고추장에만 찍어 먹었던 그 맛을 벗어나 보아야겠다.


정말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하루가 상당히 길었고 운전을 연달아하는 바람에 피곤하긴 했지만 하루의 끝 무렵을 행복하게 마무리한 것이 너무 좋았다. 처음 방문한 낯선 작은 동네에서 만족의 모든 단계를 맛보게 해 준 식당을 찾은 것 같다며 뿌듯해하며 다시 호텔로 향했다.


내일은 몬터레이라는 해안 도시로 다시 떠나야 한다. 새로운 곳이 또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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