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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1. 2020

#22. 피스모 비치에 해가 뜨고, 나는 또 반했다

[4일차_피스모비치]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차에 모든 짐을 싣고는 잠시 바닷가로 걸어 나왔다. 몬터레이까지 어제보다 더 먼 여정을 떠나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피스모 비치를 그냥 떠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어제 굴을 먹으면서 분위기에 푹 빠져, 이 동네가 좋아졌기도 하고 말이다.


어제는 네온사인으로, 어두운 골목으로 조금은 무섭게 느껴졌던 그곳이 햇빛과 함께 보니 너무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고, 각 가게도 피스모 비치만의 특색이 드러나게 꾸며져 있었다. 깔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며 어젯밤에는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지레 무섭다는 편견을 가졌다는 것에 조금 후회가 되기도 했다.

피스모 비치 바닷가에는 상당히 긴 다리가 있다. 바다를 관람하는 다리인데,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다리의 길이가 실제로는 꽤 더 길다. 다리 중간쯤을 넘어서 걸어가다 보면 바다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다리의 끝은 정말 망망대해다. 거센 파도가 이따금씩 흘러 칠 때에는 다리 끝부분이 조금씩 흔들린다. 마치 배를 타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넓은 바닷가에서 서핑을 하고 있었다. 너무 햇빛이 쨍쨍한 날 보다는 이런 날 서핑을 하기 더 좋다고 한다. 나는 서핑을 할 줄 모르지만, 그저 서핑을 하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활동 욕구가 채워지는 것 같아 좋았다.

바다, 백사장, 그리고 근처의 다양한 가게들. 어젯밤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언덕을 가득 채운 집과 별장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미국 어딘가에 사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피스모 비치에 한 일주일 정도 휴양을 오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여유로웠다. 사람들도 여유롭게 일상을 즐기고 있었고, 지나가는 자동차들도, 동물들도 모든 것이 여유로워 보였다.

이번 여행 내내 그랬지만 정들만하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나가야 한다. LA에서는 그래도 3일은 있었는데, 피스모 비치는 정말 하룻밤이 끝이다. 모든 것이 좋은 이번 여행이지만 각 도시를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는 점은 참 아쉬웠다. 언젠가 다시 이 곳을 찾을 기회가 생긴다면, 각 도시, 도시마다 머물며 충분한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계획할 것이다. 꼭.


포근한 바다를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몬터레이로 향하는 길을 찾아서 입력했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은 아무 미련 없이 직진과 좌회전을 안내했지만, 나는 자꾸만 바다를, 가게들을, 피스모 비치를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피스모 비치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들판과 고속도로가 펼쳐졌을 때야 비로소 다음 목적지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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