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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y Feb 02. 2020

#23. 미국 시골집 할머니의 손맛은 이렇겠지?

[4일차_캠브리아]

피스모 비치를 출발해서 한 시간 가까이 달렸을까, 어느덧 시간은 이른 점심이 되어 있었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평소보다 이르게 배가 고파졌다. 조금만 더 참고 달려서 목적지에 일찍 도착할 것인지, 아니면 보이는 고속도로 출구로 나가서 무엇이든 먹을 것을 찾아볼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침 고속도로에서 나가는 표지판이 보였고, 표지판 위에는 '캠브리아'라는 마을 이름과 함께 주유소 그림, 식당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고민 없이 출구 표시를 따라 고속도로에서 내려왔다. 농장을 지나고 들판을 지나고 초등학교를 하나 지났을 때 작고 오밀조밀한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나의 눈은 여기저기 맛있는 식당이 어디에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작은 마을의 분위기에 걸맞은 식당을 찾아내고는 주변에 주차를 안전하게 마쳤다.

Lombardi's라는 파스타와 피자를 파는 식당이었다. 특이하게 나무껍질 형태의 판자를 여러 겹 덧대어 놓은 벽이 인상 깊었다. 한 가족이 식당 한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우리도 얼른 들어가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배가 너무 고파서였을까, 메뉴판에 적힌 음식 이름만 보는데도 군침이 돌았다. 우리는 피자와 파스타를 각각 하나씩 주문해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피자는 'Cambria's favorite'이라는 것을 주문했는데 페퍼로니, 소시지, 양파가 들어가 있다는 설명을 보고 골랐다. 더 군다가 '캠브리아 마을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라는 이름을 붙여 두었으니 안 먹어보기는 섭섭할 것 같았다.


파스타는 미트볼&미트소스 파스타를 주문했다. 시골마을 분위기에는 왠지 빨갛고 진한 파스타가 어울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주문을 마치고 사진을 정리하면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먼저 피자를 가져다주셨다. 한 입 먹어보기 전인데도 무슨 맛인지 알 것만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그런 피자의 모습이었다. 페퍼로니와 양파, 치즈, 그리고 소시지가 듬뿍 올라가서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을 잔뜩 풍겨내고 있었다. 갓 구워내 치즈가 지글지글하는 피자는 무슨 토핑을 올리든 맛이 있을 것이다. 투박한 모습과 잘 아는 맛이 어우러져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파스타도 곧이어 나왔다. 큼지막한 미트볼이 올라가 있었고, 정말 미트소스를 아낌없이 올려준 것이 고마웠다. 이 파스타 또한 맛이 어떨지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터라 얼른 한 입 먹어보고 싶었다. 그 잘 아는 맛은 이번에도 굉장한 만족스러움을 선사해 주었다.


피자와 파스타 모두 기본에 충실한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의 재료 그대로의 맛을 투박하게 살려내는 것만큼 음식이 맛있어지는 비결은 없는 것 같다. 세련된 어느 빌딩 속 피자와 파스타집처럼 예쁘게 꾸며내고, 트렌드에 맞추어 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잘 아는 재료'를 가지고 '잘 아는 맛'을 충분히 구현해 주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우연히 들른 동네에서 기분 좋은 감동의 맛을 만나고 든든하게 식사를 마쳤다. 먹으면서, 그리고 다 먹고 차로 이동하면서 '맛있다', '만족스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잠시 들른 곳에서의 행복 덕분에 오늘의 최종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높아져갔다.


기분 좋게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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