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친환경을 입는 미래, 얼마나 매력적일까
의류 구매 주기가 무척이나 빨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비해 더 자주 구매하고 그만큼 빨리 버리는 것 같다. 이는 실제 통계로도 드러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발생한 폐기물의 양은 약 7만 4361톤으로 이는 2008년에 대비 32.4%가 증가한 수치다. 매 시즌 새로운 옷들과 유행이 나올 때마다 패션 업계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속삭인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맞춰 옷을 사 입고 지나간 옷은 버리라고, 그것이 당신을 더 세련되게 만들어준다고.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입고 버려지는 청바지 한 벌 제작에 사용된 물 1천 500리터와 티셔츠에 사용되는 면화 재배에 전 세계 농약의 10%가 투입된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는 것이 문제다.
사실 패션 업계는 새로운 시즌 옷을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환경 오염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왔다. 많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고, 사람들에게 친환경을 입히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H&M은 2030년까지 전체 아이템을 지속가능한 소재로 대체 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플라스틱 재활용이나 친환경을 소재로 하는 브랜드도 점차 증가 추세다. 패션업계의 노력을 응원이라도 하는 듯 친환경 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관련 친환경 패션 관련 검색량은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까지도 리사이클 패션, 지속가능패션, 천연소재패션 등 다양한 형태의 친환경 패션이 선보이면서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버려진 옷의 재활용,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소재에서 섬유 추출, 진흙 염색, 염색 시 물 사용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기존의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선보이는 시도는 재활용과 오염을 줄이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있어서 아쉽다. 재활용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미 생산을 거친 것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맨 처음 생산된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현재의 친환경 패션이 파괴와 오염을 줄이는 것에 가깝다면, 우리는 조금 더 친환경인 패션을 생각해야 한다. 더 친환경적인 패션의 모습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일반적인 염색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고, 제작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과는 달리 리빙 컬러는 염색시 화학약품이 아닌 박테리아를 이용한다. 일반적인 염색은 필연적으로 많은 물과 오염 물질의 배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물 사용을 줄이거나 천연 염색이 있지만 어떤 방식을 채택하든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박테리아 염색은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많은 물이 필요하지도 않다. 박테리아에서 염료를 추출하고 그것으로 염색을 한다. 완전히 친환경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아직 시범단계 수준이다. 리빙 컬러의 상용화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추후 과제는 만들어 낼 수 있는 색상의 다양성 확보와 대량 생산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리빙 컬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원색 계열보다는 파스텔 톤의 색감을 갖고 있는데, 독특한 색상이 차별성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 색이 활용되는 영역의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높은 내구성과 독특한 질감, 고급스러운 느낌 때문에 가죽의 수요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소재지만, 동물을 죽이고 얻는 다는 사실과 이렇게 얻은 가죽도 제작과정에서 버려지는 양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가죽 제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Bolt Threads는 가죽을 선호하는 사람과 가죽을 반대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대안이다. 이 회사는 버섯의 균사체를 배양하고 압축하여 만든 물질로, 외관상 동물 가죽과 매우 흡사한 소재를 만들어 냈다. 외관만 가죽과 유사할 뿐, 내부 성분에는 일체의 동물 생가죽이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겉만 유사한 것은 아니다. 가죽이 갖고 있는 보온 기능과 내구성도 닮았다. 하지만 무엇 보다 가장 큰 장점은 버섯 배양 단계에서 사용 될 제품에 따라 모양, 두께 등을 고려하여 조절이 가능 하다는 점이다. 가죽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용도와 목적에 맞춰 조절하여 생산 할 수 있다. 우리는 가죽 가방을 만들기 위해서 넓은 초원에 소를 키우고 도살할 필요가 없다. 그저 버섯이 자랄 수 있는 적당한 환경만 조성해주면 된다.
박테리아를 이용한 의류는 확실히 재활용에 비해 더 친환경적이다. 이는 자연이 만든 자연 소재로 다음 세대의 친환경 패션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더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이 소비자에게 얼만큼 매력적일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도 하다. 친환경 스토리와 의도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박테리아를 활용한 패션이 이슈를 만들 수는 있어도, 그것이 제품 판매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친환경 패션도 다른 의류 브랜드가 그렇듯 매력적인 스토리 위에 합리적인 가격, 디자인, 품질, 마케팅, 매장 등 친환경이 아닌 의류로서 소비자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친환경 패션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방향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대중에게 일반적인 제품으로 자리 잡는 방법이다. 친환경 제품은 일반적인 제품보다 비싸고, 취급하는 매장도 적어 쉽게 이용하기 힘든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과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SPA 브랜드와의 협업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협업이 어렵다면 처음부터 모든 옷 종류를 대신하지 말고 몇몇 아이템에 한정하여 해당 영역에서 최대한 일반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제품으로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의 궁극적인 모습은 친환경이 구매 고려 요인이 아님에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친환경 제품이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 기술이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독립적인 제품 가치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앞서 일반적인 제품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대중에게 수용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것은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독특한 제품으로 자리를 잡는 것에 집중한 방법이다. 이를테면 기존의 색상과는 확연히 다른 박테리아 염색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동물 가죽에 비해 조금 더 자연 날것의 느낌이 강한 버섯 가죽의 특징을 제품의 아이덴티티로 강화할 수도 있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패션 브랜드 혹은 아이템이 독립적인 가치를 갖게 되면, 대체재가 아닌 온전히 차별적이고 나아가 더 세련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박테리아 사례는 아직 초기 단계로 모든 옷과 악세서리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새로운 친환경 패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현재는 염색과 새로운 가죽 제작 등 제한적인 기술만 선보였지만, 이를 계기로 자연에 가까운 패션이 다양하게 시도 되고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앞으로 시도될 친환경 의류 제작법이 어떤 방법으로든 우리 삶에 자리잡게 된다면, 그때는 친환경 패션이 아니라 자연을 입는 패션으로 다시 정의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